“지하철 남성전용칸 만들자” 어느 네티즌의 국민청원 뜯어보니

Է:2018-06-0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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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네티즌이 ‘지하철에 남성전용칸을 도입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4일 현재 1만800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 17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남녀가 모두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남성전용칸을 만드는 문제를 고려해줬으면 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범죄 대상으로서 물리적 조건만 따질 때 여성은 약자이지만,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의 성범죄에 있어 남성의 인권은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다”며 글을 시작했다.

이어 “만약 남성이 지하철에서 성추행 신고를 당하면 확실한 증거와 증인이 없을 경우 벗어나기 힘들다”면서 “마음먹고 짜고 걸면 가정이 붕괴되고 인생이 박살나는 것은 흔한 이야기가 됐다”고 청원의 계기를 밝혔다.

청원자는 ‘남성 인권’을 강조했다. 그는 “남성 인권이 존재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성범죄. 남성도 사람으로 대우해 달라”며 “남성의 무고한 피해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남성전용칸을 만들어 달라”고 주장했다. 또 “남녀 전용칸이 각각 생긴다면 오해도 안 생기고 몰카나 성추행 범죄 등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공용탑승칸은 CCTV를 설치해서 성범죄 피해자와 무고한 피해자 모두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 부산도시철도엔 여성전용칸… ‘남성전용칸’ 생긴다면?

부산지하철 여성 전용칸_SBS 뉴스 캡쳐

지하철 여성전용칸은 2016년 9월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전동차의 5호차에 마련됐다. 말 그대로 여성만 탈 수 있는 칸을 마련한 것이다. 임산부 배려석의 경우 좌석이 기준이지만, 여성전용칸은 객차 전체에 남자가 탈 수 없다. 운영 시간대는 오전 7시부터 9시,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다. 부산에 이어 다른 지역도 여성전용칸을 검토했으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관철되지 못했다.

부산시는 여성전용칸을 도입하며 “임산부와 영유아를 동반한 여성을 배려하고 여성 대상 범죄를 예방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여성이 지하철에서 겪을 수 있는 각종 범죄로부터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지하철 범죄 피해자를 여성에 한정하면서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역차별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만약 청원의 내용처럼 남성전용칸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여성들 사이에서도 남성전용칸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여성들은 그 이유를 ‘여성전용칸이 있으나마나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서울시 지하철 ‘임산부석’의 경우 심심찮게 남성들이 앉는 경우가 목격된다. 한 네티즌은 “임산부 석도 제대로 안 지켜지는데 여성전용칸이 지켜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여성 전용’이라는 규정을 지키지 않는 남성이 많기 때문에 아예 남성전용칸을 만드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것 같다”고 했다.

2016년 당시 부산지하철의 모습_SBS 뉴스

문제는 운영이다. 부산 지하철의 경우에도 여성전용칸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여성만 탑승하는 게 원칙이지만 승객들은 남녀 구분 없이 올라타곤 한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자연스럽게 여성전용칸이 ‘일반칸’으로 바뀌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부산의 한 시민은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여성전용칸을 누가 신경 쓰냐”고 말했다. 남성전용칸도 여성전용칸과 마찬가지로 ‘실효성’이 변수인 셈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남성전용칸 청원은 요즘 사회분위기상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의견’이라며 “하지만 전용칸을 별도로 운영하면 출퇴근 승하차 시에 많은 인파가 몰려 불편할 뿐 아니라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여성전용칸을 과거에 한 번 시범적으로 했다가 운영상 어려움에 중지한 적도 있다. 남성전용칸은 더 하다. 기본적으로 전혀 검토하거나 진행할 사항이 안 된다”고 말했다.

◆ 일본서도, 영국서도 논란 일으킨 ‘전용칸’

일본은 이미 남성전용칸 도입 문제로 논란을 겪었다. 2017년 5월 도쿄 오다이바역에서 30대 여성의 성추행 신고로 역무원에게 조사받던 남성이 선로에 뛰어들어 사망했다. 치한으로 의심받게 되자 억울한 심정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이렇게 치한으로 몰려 선로로 뛰어든 남성은 총 7명이나 된다. 이 사건 이후 일본 남성들 사이에서 ‘남성전용칸’ 도입 주장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영국에선 남성 정치인이 여성전용칸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했다가 동료 여성 의원과 철도 노조 등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들은 “여성에게 여성전용칸에 앉으라고 하는 것은 남성이 일으킨 폭력을 용서하고 여성에게 폭력을 피하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성전용칸 도입 주장은 펜스룰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펜스룰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아내가 동석하지 않는 자리에선 다른 여성과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데서 비롯됐다. 아내가 아닌 여성과 사교활동을 하며 괜한 오해를 사지 않겠다는 뜻이다.

성범죄 피해와 누명 피해는 모두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 ‘OO전용칸’을 만드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 범죄예방 시스템과 에티켓, 그리고 인식의 변화를 통해 해결해가야 할 문제다.

박재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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