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사흘 굶고 1400원 훔친 장발장… 그를 도운 광주 사람들

Է:2018-05-2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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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1400원. 요즘 세상에선 김밥 한 줄 사먹기 어려운 돈입니다. 고아로 태어나 의지할 가족도, 지인도 없었던 그는 며칠간의 굶주림에 배가 고파 남의 차에서 돈을 훔쳤습니다. 그러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자신을 ‘죄인’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또 다른 피해자’는 아니었을까요. 다행히 그를 도운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A(22)씨는 지난 3월 22일 오전 4시쯤 광주 북구에 주차된 차에서 현금 1400원을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사흘을 굶었던 그는 견디다 못해 주차된 차량의 문을 하나씩 열어보고 다녔습니다. 뭐 하나라도 건지려는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다 차량 한 대의 문이 열렸습니다. 그리고 다른 차량의 문도 잡아당기려는데 경찰에 발각됐습니다.

A씨는 돌봐줄 부모나 친척이 하나도 없는 고아였습니다. 태어나자마자 혼자가 됐고 보육원에서 자랐습니다. 보육원을 떠나서는 찜질방 등을 전전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나마 의지할 만한 것은 자신의 몸밖에 없었습니다. 몸뚱이 하나로 먹고 살기 위해 경남 거제에서 용접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알게 된 선배와 지난해 베트남에서 일을 했습니다. 박봉이었지만 악착같이 600여만원을 그러모았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또 시련이 왔습니다. 아는 형이 베트남에서 번 돈을 훔쳐 달아난 겁니다. 그에겐 10만원 남짓밖에 없었습니다.

어찌 살아야 할지 고민했던 그는 무작정 거제도에서 광주로 향했다고 했습니다. 베트남에서 만난 한국인 중 ‘광주사람’의 이미지가 좋았기 때문에 “광주에 가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지인을 통해 직장을 구하려 했지만 정작 휴대전화도 없었습니다. 지인과 연락이 닿지 않았던 A씨는 다시 이곳저곳 전전했습니다. 갖고 있던 돈은 금세 바닥났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굶다 남의 차를 뒤졌고 결국 경찰서에 붙잡혀 온 겁니다.

광주 북부경찰서 형사과는 A씨를 조사하면서 딱한 사정을 알게 됐습니다. 경찰은 A씨를 도울 방안을 찾았습니다. 광주고용복지플러스센터와 광주 북구청 복지팀이 만나 A씨의 임시숙소를 알아봐주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청도 해줬습니다.

각 기관의 도움으로 지난 23일에는 전남의 한 공장에 생산직 직원으로 취업했습니다. A씨는 “죄인인 저를 이렇게까지 도와준 경찰과 광주사람들에게 고맙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A씨는 비록 죄를 저지른 죄인이지만 그 역시 사회의 또 다른 피해자라는 생각, 그리고 장래에 일어날 수 있는 또 다른 범죄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도왔다”고 말했습니다. A씨의 절도죄에 대해서는 생계형 경미 범죄에 대한 처벌 기준에 따라 감경 심사를 받도록 돕겠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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