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준비생 천모(25)씨는 2016년부터 서울 성북구의 한 고시원에 살고 있다. 처음 집을 나온 것은 통학거리 때문이었다. 그는 “집에서 학교까지 왕복 4∼5시간이 걸려 학교 근처에 방을 구했다”며 “원룸은 최소 수백만원 보증금이 필요해 고시원을 택했다”고 했다. 그는 매달 방세로 40만원을 낸다. 대학을 다닐 때는 장학금으로 방세를 냈지만, 지금은 과외를 뛴다. 천씨는 “방세가 생활비의 절반”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른바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라 불리는 곳에 살면서도 높은 임대료에 시달리는 주거빈곤이 청년들을 짓누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과 한국주거복지포럼이 25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개최한 주거복지포럼 대토론회에서 2006∼2016년의 국토연구원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활용, 19∼34세 청년 가구의 주거 상황을 분석한 결과가 발표됐다.
최저주거 기준에 못 미치는 열악한 곳에 살면서도 임대료가 부담스럽다는 주거빈곤 청년들 중 독거청년의 비중은 2006년 전 17.1%에서 2016년 46.8%로 늘었다. 한 달 소득의 20% 이상을 임대료로 내고 있는 청년 1인가구의 비율도 절반이 넘었다. 천씨처럼 월소득의 20% 이상을 방세로 낸다는 독거청년이 절반을 넘는 56.9%였고, 이 중 소득의 30% 이상을 임대료로 내는 이들도 37.0%였다. 전체 독거청년 중 지옥고에 사는 이들의 비중은 2016년 기준 5.2%였다.

보사연 연구진은 “주거빈곤층을 위한 주거급여는 최저소득계층에만 지급돼 혜택 범위가 좁다”며 “39세 이하 청년이나 결혼 7년 이내의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 제공, 임대료 지원, 전월세 자금 대출 지원 등이 가능하도록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에서 주거안정을 위해 별도로 지급하는 주택수당을 청년들에게 지급하는 제도 도입도 검토해볼 것”을 제언했다.
허경구 방극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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