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간 반려견을 돌본 보호자의 사랑이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8년 전 지인이 운영하던 동물병원에 유기 강아지 한 마리가 들어왔습니다. 동네 정육점 앞에서 군침을 삼키다가 동물병원으로 들어왔다는 녀석. 청년은 강아지를 안고 집으로 들어와 ‘메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컴퓨터 옆에서 일을 할 때도, 산책을 나갈 때도, 시장에서 장을 볼 때도, 운전을 할 때도 곁을 지켜주던 메리. 동네 뒷산에 올라가 노을 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메리가 노는 것을 지켜보면 청년의 마음도 편해졌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메리가 중심을 못 잡고 자꾸 넘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증상이 심해져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을 정도가 되자 청년은 메리를 안고 작은 동물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약을 조금 먹이자, 메리는 다시 척척 잘 걷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약물로는 제대로 치료가 되지 않았던 걸까요. 며칠 후 메리의 증상은 더 심해졌습니다. 온몸이 마비되고 바닥에 누워 똥오줌도 못가리는 정도가 됐습니다.
“뇌병변(뇌염)입니다.”
뇌병변. 큰 병원에서 80만원의 검사비를 지불하고 진단 받은 결과였습니다. 메리의 뇌가 손상돼 제대로 걷지 못하고 대소변도 제대로 가리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고칠 수는 없나요?”
“뇌는 한 번 손상되면 복구되는 개념이 아니라…일단 3일 정도 입원시키고 경과를 지켜보는 게 좋겠습니다.”
메리를 병원에 입원시킨 채 3일을 기다린 청년. 3일 후 집으로 데려온 메리의 경과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병원에서는 안락사를 권했습니다. 집에 머무는 동안 메리의 몸은 마비돼 덜덜 떨리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해 메리가 있던 주변은 더러워졌습니다.
“그만 자연으로 보내줘라…불쌍해서 못 보겠다.”
메리가 낫길 바라던 청년의 어머니도 눈물을 흘리며 안락사를 하자고 권합니다. 결국 청년은 동물 안락사 동의서에 서명합니다.
“자~한시간 같이 계세요. 작별인사 시간…”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청년에게 안락사 주사를 맞기 전 메리의 마지막 모습이 보입니다. 마취약 기운으로 점점 힘이 빠져 눈은 감기고, 혀는 파랗게 돼 축 쳐진 메리의 모습.
청년에게 컴퓨터로 일을 할 때 쓰다듬던 기억도, 같이 산책을 나가 운동하던 기억도, 운전을 할 때도 재롱을 부리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함께 노을 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메리에게 한 말도 기억납니다.
“걱정마. 너 죽기 전까지 내가 끝까지 보살펴줄테니까…”
메리와 함께한 기억이 떠오른 청년. 청년은 안락사 결정을 취소하고 메리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다시 메리가 덜덜 떠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메리가 흘린 대소변을 치우면서 청년은 메리와의 이별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후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메리가 비틀비틀거리지만 일어서서 걷기 시작했고, 시간이 더 지나자 대소변도 원래대로 화장실에서 스스로 해결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비록 병이 발생하기 전처럼 움직이진 못했지만, 한달이 지나자 메리는 다시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메리는 뇌염에 걸린지 1년이 지난 지금도 건강하게 잘 살아있습니다.
얼마 후 청년은 메리와 함께 노을을 바라보던 동네 뒷산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병이 발생하기 전처럼 뛰어노는 메리를 쓰다듬으면서 다시 말합니다.
“걱정마. 내가 끝까지 보살펴줄게...”

메리와 청년의 이야기는 지난 1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 와 많은 이들을 감동시키고 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종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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