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익대 누드모델 알몸사진 유포 사건을 놓고 온라인 공간에서 엉뚱한 남녀 대결구도가 펼쳐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피해자가 남자라서 수사가 빨랐다”며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로 경찰 수사를 깎아내렸다. 불법촬영 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도 했다.
서울서부지법은 홍대 회화과 누드크로키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나체를 찍어 유출한 혐의를 받는 안모(25·여)씨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망 염려가 있다”며 지난 12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에 해당 사진이 올라온 지 11일 만이다.
안씨 구속 후 사건은 남녀대결 구도로 흘렀다. 온라인상에서는 “남성 몰카범은 잡는 데 뜸을 들이더니 여자라서 빨리 잡았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주장도 이어졌다. 서강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버스에서 몰카범을 잡았는데 (경찰은) 휴대폰 앨범에 사진이 없으면 처벌을 못한다며 사이버수사와 연계해야 해서 수사가 어렵다고 했다”며 “최근에 모 외고 여자기숙사 몰카 사건만 해도 영상을 공유해 달라는 댓글은 천지고 제대로 된 수사는 진행되지도 않는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홍대 몰카 피의자가 검거된 후 워마드에는 “그 많은 몰카는 방관했으면서 누드남은 온 나라가 나서서 구해주고 걱정을 해 주고 있다”는 게시물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2016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불법촬영범죄 검거율은 94.6%다. 다른 성 풍속 범죄 검거율보다 높다. 음란물유포범죄 검거율도 85.4%로 높은 편이다. 이들 범죄의 피의자가 대부분 남성임을 고려하면 이들의 주장은 왜곡된 인식에 기반한 근거 없는 유언비어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성 우월심리에 집착하는 일부의 일탈 행위가 익명의 공간인 온라인에서 논쟁으로 번지면서 성대결이 펼쳐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불법촬영 피해자들이 정부의 법적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한 데 따른 실망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불법촬영 가해자를 검거해도 사진과 영상은 끊임없이 온라인 공간에 유통돼 왔다. 정부가 유통망을 근본적으로 근절하지 않는 한 자비를 들여 일일이 지워야 했다.
여성가족부와 서울시, 경찰 등이 힘을 합쳐 피해자들을 도울 방법을 찾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런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최근 5년간 불법촬영범죄 가해자의 98%가 남성이었다. 미투(#MeToo) 운동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일부 남성들이 피해자들을 ‘꽃뱀’이라 부르며 2차 가해했던 데 대한 분노도 녹아 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투 운동 이후 용기 있게 폭로해도 비난만 받거나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불신도 일부 담겨 있는 것 같다”며 “경찰이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우리 사회도 젠더 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구조적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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