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외신에 비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AFP통신은 13일 턱없이 모자라는 연금 때문에 은퇴 후까지 생계를 위해 일손을 놓지 못하고 한국 노인들의 삶을 조명했다.
AFP는 택배 배달을 하고 있는 박재열(71)씨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박씨는 ‘60세 정년’인 한국 사회에서 이론적으로라면 이미 11전 은퇴를 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고층 아파트 속에서 박스 포장에 인쇄된 자그마한 주소를 읽어내며 카트를 밀고 있다. 박씨는 계속 일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돈 때문”이라고 말한다.
박씨는 60세 넘어서까지 일해야 하는 수백만 한국 노인 중 한명이다. AFP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속 한국의 위치와 다르게 고령화 국가 한국의 사회복지망은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한국 노인 인구 중 45%는 소득 중간 값(중위소득)의 50% 이하인 ‘상대적 빈곤층’에 속해 있다. 평균 12.5%에 불과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박씨는 1950년대 전쟁 후 폐허 속 한국을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이끈 ‘한강의 기적’의 주역 중 한 명이다. 부산 출신의 박씨는 고졸 학력으로 에어컨 정비 일로 3자녀를 키우고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장만했다. 자신의 회사를 설립해 운영도 했지만 비슷한 나이의 다른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노후를 위해 저축이라는 안전판을 갖지 못했다. 그는 “우리 세대는 미친 듯 돌아가는 시기 동안 생존과 자식 키우기를 위해 너무 바빴다”면서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1988년에서야 국민연금을 도입하고 99년이 돼서야 의무가입 제도가 마련됐다. 국민연금 수급은 최소 10년을 납부해야 하고 액수는 납부금에 따라 다르다. 보건사회연구원 황남희 박사는 AFP에 “70~80대 많은 사람들은 연금 시스템 편입 기회를 놓쳤고, 그 결과 연금 혜택에서 낙오됐다”면서 “터무니없이 낮은 연금 지불 구조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박씨의 경우 2012년 회사가 부도나면서 국민연금 한달 약 14만원과 20만원 안팎의 기초노인연금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다. AFP는 “이 정도 금액은 세계에서 가장 생활비가 많이 드는 도시 중 하나인 서울에서 생활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식들에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박씨도 “(연금은) 용돈으로도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그래서 박씨는 노인 일자리 알선 프로그램에 등록했고, 2014년부터 택배 배달에 나섰다.
박씨는 일주일에 3일 일하고 100건을 배달하고서야 한 달에 약 50만원을 손에 쥔다. 동료들 대부분은 70대이고 78세까지도 있다. 이미 50년을 일했다는 박씨는 “건강히 허락하는 한 일을 계속했으면 좋겠다”면서 “아마 80까지 일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자녀수, 즉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05명까지 떨어지면서 인구대체율(인구구조가 현상태로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 2.1명보다 한참 부족한 상태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30년 2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발표된 통계를 보면 60대의 경제활동참여율은 20대보다 높다. AFP는 “박씨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그의 부인은 1년에 딱 한번 일주일을 제주도 휴가를 위해 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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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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