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일히 사인을 어떻게 다해주냐” vs “선수들이 배가 불렀다”
지난달 30일 KBS에서 보도한 프로야구 선수들의 ‘사인 거부 영상’은 그동안 쌓여있던 야구팬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영상은 지난 시즌 우승팀인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이 경기 후 팬들의 사인 요청을 무시하고 버스에 바로 올라타는 모습을 담았다. 선수들은 팬들을 쳐다보지도 않은채 버스에 올랐다. 심지어 기아의 유니폼을 입은 소년팬은 사인을 받지 못하자 “슬퍼요”라며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 팬서비스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팬서비스의 정해진 범위는 없다. 현재 KBO에서는 팬서비스에 관한 강제성을 지닌 규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구단에서 주최한 팬사인회 참가 의무만 명시된 정도다. 이렇다 보니 팬서비스는 선수 개개인의 따라 차이가 크다. 오재원(두산), 김상수(삼성), 박용택(LG), 손아섭(롯데) 등은 평소 팬들의 사인이나 사진 촬영 요청을 대부분 받아준다. 반면 류현진 등은 팬서비스가 안좋은 선수로 손꼽힌다. 류현진의 경우 과거 팬들이 사인해 달라고 하자 황급히 도망가버린 사건으로 외국에서 엄청난 질타를 받았다. 외국에서는 팬서비스가 의무조항인 경우가 많다. 심지어 팬서비스가 나쁜 구단에게 패널티를 부여하기도 한다. 결국 당시 류현진은 팬들에게 사과문을 써야 했다.
메이저리그는 연습이 끝나고 짧은 시간이나마 사인이나 사진 촬영에 응할 수 있도록 팬서비스를 의무화했다. 선수 개개인에게 팬서비스를 자율적으로 맡기는 것이 아니라 의무조항을 통해 최소한 일정수준 이상의 팬서비스를 자연스러운 문화로 형성했다. 메이저리그가 100년이 넘는 시간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에는 ‘팬과 선수의 소통’이 있었다. 지금도 메이저리그는 각 구단별로 팬서비스 경쟁을 펼친다. 단순히 경기장에 초대하는 것을 넘어서 구단의 정체성, 하나의 팀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팬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소한 메이저리그 흉내라도 내야하지 않을까. 일부 팬들은 ‘팬서비스 의무조항’ 삽입이 ‘엎드려 절받기’식이라고 우려하지만 이미 2018 KBO는 92경기만에 100만 관중을 넘어섰다. 더이상 선수 개개인들에게 팬서비스를 자율적으로 맡기기에는 선수들을 위해서도, 팬들을 위해서도 옳지 않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라 하더라도 불친절한 팬서비스시를 지속할 시 자신의 가치를 떨어트릴 수 있다. 모 선수는 싸인볼의 가치가 떨어진다며 싸인을 해주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는 정작 팬들로부터 자신의 이미지를 깎아 먹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도 손해다. 기껏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선수들에게 무시당한 채 집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잘못된 문화가 있다면 의무조항을 통해서라도 바른 문화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 김영광과 임요환이 말하는 ‘팬’의 의미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김영광은 한 커뮤니티에 ‘안녕하세요 전축구국가대표 골키퍼 김영광입니다’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김영광은 “프로팀 프로선수라는게 팬분들이 안계시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게 프로스포츠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깨닫고 있다”며 “서울이랜드 FC는 성적이 좋지 않아 만원 관중은 아니지만 매 경기마다 열정을 다해 응원해주시고 함께하는 팬분들이 계셔서 너무나 감사하기에 한경기 한경기 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심으로 팬분들이 계시기에 너무나 힘이되고 용기를 얻는다”며 “그래서 이렇게 용기를 내서 서울이랜드 FC 홈경기와 프로축구를 많이 보러와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김영광은 팬서비스 차원에서 경기장을 찾아주는 팬들에게 경기때 착용한 장갑을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E스포츠의 전설’ 프로게이머 임요환 또한 과거 방송에서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바 있다. 임요환은 “모든 스포추 선수들이 팬들이 없으면 그냥 혼자 친구들하고 노는 그 정도 밖에 안된다”며 “게임을 문화로 바꿀 수 있는 건 많은 팬들이 모였기 때문이지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게임이 문화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게임이 게임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은 그 많은 팬들이 문화로 바꿔놓았기 때문”이라며 “그게 팬들이 가진 힘이다”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두 선수는 모두 팬들 없는 스포츠 문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김영광은 과거 국가대표로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하지만 현재 그는 K리그 아래 리그인 K리그2에서 뛰고 있다. K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팬들이 적을 수밖에 없다. 국가대표 골키퍼이던 그가 최근 팬들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낀 이유는 팬 한명 한명의 소중함을 알았기 때문이다. 성적이 좋지 않아도 경기장을 찾는 한명의 팬이 엄청난 힘을 지녔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임요환 또한 마찬가지이다. 임요환은 E스포츠의 불모지에서 팬들과 함께 ‘스타리그’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경기 전 자신의 이름을 외쳐주는 소수의 팬들이 어느 순간 수만명이 되어 E스포츠 문화를 형성했다.
◆ 성숙한 응원 문화는 필수다
이번 사태를 선수들의 잘못으로만은 볼 수 없다. 한국프로야구의 팬이라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고가 있었는지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선수들은 그날 경기결과에 따라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들어야 한다. 경기 결과가 중요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의 경기에서 실책이라도 나오면 해당 선수의 SNS 계정에는 선수는 물론 가족의 욕이 난무한다. 심지어 직접적으로 선수에게 해를 가하는 팬들도 있다.

팬들이 선수들에게 팬서비스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예의가 필수다. 지나치게 선수들을 비난하는 것은 선수에게도, 팬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수들도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끊임없이 자책하고 고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가족들에게 욕설을 하거나 직접적으로 해를 가하는 행위는 선수들이 팬들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소한 기본은 지켜야 선수들도 팬서비스를 하는데 고민 없이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박재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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