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의로운 택배기사’가 등장했습니다. 이번에는 강아지를 살렸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사거리 교차로에 뛰어든 유모차를 막아 아이의 생명을 구했던 기사님과 같은 회사 소속 동료의 이야기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강아지 살린 CJ 택배기사님’이라는 제목의 24초짜리 영상이 3일 게시됐습니다. 영상은 상자 여러 개를 든 기사님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뒤이어 강아지 목줄을 잡은 한 중년 여성이 기사님이 나온 엘리베이터로 들어갑니다. 사건은 이때 발생했습니다. 강아지가 주인을 따라 타기도 전에 문이 닫힌 겁니다.
기사님은 곧장 상자를 내려놓고 강아지에게 달려갔습니다. 목줄이 낀 강아지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끌려가며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기사님은 넘어져 바닥에 몸을 부딪치면서도 목줄을 붙잡고 놓지 않았습니다. 영상 게시자는 “기사님이 소리치면서 목줄을 끊고 넘어져 팔꿈치를 다쳤다”면서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한 생명을 구하셨다. 강아지는 무사해 천만다행”이라고 했습니다.
견주는 눈물을 흘리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고 합니다. 기사님은 다음부터 안고 타라는 말만 남기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 기사님은 CJ대한통운 최재일씨입니다. 기사님은 매체에 “아주머니가 타시길래 방해되지 않도록 옆 엘리베이터로 갈아타던 도중 이런 일이 생겼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25일 이 회사 택배기사 이재황씨가 도로에 뛰어든 유모차를 발견하고 자신의 차로 막았던 일이 있었습니다. 아이 할머니가 실수로 유모차를 놓쳤고, 이씨의 재빠른 대처 덕에 아이는 다친 곳 하나 없이 보호자 품으로 돌아갔지요. 이 사연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크게 화제가 돼 이씨는 지난 2일 동대문경찰서로부터 ‘선한 시민상’까지 받았습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찰나의 순간에 망설임 없이 나서 누군가를 도왔다는 겁니다. 특히 최씨는 자신의 몸을 내던졌습니다. 목줄을 붙잡고 엘리베이터와 사투를 벌이던 때 최씨 손에는 생채기가 가득 났겠지요. 부딪힌 팔꿈치는 욱신댔을 겁니다. 그래도 그는 목줄을 놓지 않았습니다.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하지만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한 ‘생명’을 위해 말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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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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