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와 밀수 의혹을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최근 5년 동안 해외에서 개인 신용카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은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최근 5년치 해외 신용카드 분석하는 과정에서 조 회장의 카드 사용액이 0원인 사실을 확인했다. 해외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내역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세관이 조사 중인 관세 누락분도 없다.
조 회장이 다른 가족의 카드를 일시적으로 대신 사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조 회장의 해외 출장이 잦았던 점에 비춰볼 때 법인카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어 조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조 회장은 2014년 7월 평창올림픽 조직 위원장을 맡은 뒤 22개월 동안 무려 34차례의 해외 출장을 소화했다. 만약 해외에서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면 횡령이나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조 회장이 국세청의 자금 추적 등에 대비해 현금을 주로 사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한 관세청 관계자는 “다른 카드나 현금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조 회장에 대한 조사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조 회장은 국세청의 수사 의뢰에 따라 1999년 11월 629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돼 이듬해 징역 4년과 벌금 300억원을 선고받았다.
관세청은 현재 국세청으로부터 조 회장 부부와 자녀 조현아·원태·현민 등 5명의 해외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받아 분석 중이다. 법인카드는 아직 조사 대상이 아니다. 법인카드는 카드를 사용한 개인을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조사가 시작되더라도 한진 일가의 밀수·탈세 혐의를 입증하기까지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 등 현직 대한항공 직원들은 1일 ‘물컵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와 대한항공 경영진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조 전 전무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진행됐다.
김진숙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 등 민중당 관계자 9명은 강서 경찰서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맞는 처벌을 요구한다”며 “조현민을 구속수사하고 대한항공 조씨 일가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조현민 긴급체포를 촉구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하기도 했다.
신혜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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