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사무소도 주민들에게 통일된 방법 안내 못해
폐비닐, 분리수거장 한켠 쌓여 “업체서 가져갈지는 몰라 불안”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150ℓ 대용량 봉투가 가득 쌓여있었다. 봉투 안에는 음식물이나 생활품 등을 담아뒀던 다양한 색의 비닐쓰레기가 들어 있었다. 비닐쓰레기 분리수거함이 가득 찰 때마다 꺼내 모아둔 것이다. 경비직원 김모(64)씨는 1일 한숨을 쉬며 “수거업체들이 열흘 넘게 비닐쓰레기를 가져가지 않아 이렇게 모아두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아파트 분리수거를 담당했던 업체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물질이 섞인 비닐쓰레기는 받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 재활용품 수거 업체들이 비닐과 스티로폼 수거를 중단하면서 곳곳에서 혼란이 벌어졌다. 국민일보가 찾아간 서울 내 아파트 여러 곳이 관리사무소가 쌓아둔 대용량 봉투로 가득했다. 봉투에는 음식물과, 걸레 등 갖가지 이물질이 담긴 비닐쓰레기들도 보였다. 비닐쓰레기에서 하나하나 이물질을 꺼내 정리하기엔 관리사무소 인력만으로는 힘에 부쳤고, 해결방법을 찾지 못한 사무소측은 비닐쓰레기가 쌓일 때마다 대용량 봉투에 담아 이를 쌓아두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었다.
아파트 곳곳에는 ‘비닐은 따로 비닐봉지에 담아 분류하시기 바랍니다’ ‘비닐류가 아닌 다른 것이 섞여있거나 음식물이 묻어 있는 지저분한 비닐류는 수거해 와도 받지 않겠다’는 공지문이 적혔다. 재활용 업체가 직접 ‘(지저분한) 비닐류 반입 중지’라고 적힌 공지문을 아파트 게시판에 붙이기도 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제각각의 방법으로 비닐쓰레기를 버렸다. 대학생 박모(21·여)씨는 캔과 플라스틱 등은 물론 비닐까지 평소처럼 분리수거해 버렸다. 박씨는 “비닐쓰레기를 버리는 방법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주민 최영(40)씨는 “깨끗한 비닐은 재활용할 수 있도록 버리고, 지저분한 비닐은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도 주민들에게 통일된 방법을 안내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이 아마 언론이나 주변에서 듣고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것 같다”며 “공식적으로 어떻게 버리라고 고지한 적은 없다. 우리도 결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종량제 봉투에 비닐쓰레기를 넣어 버리는 것은 불법이다. 적발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노원구 상계동 C아파트 주민 이모(28·여)씨는 ‘종량제 봉투에 버려달라’는 아파트 공고문에 불안감을 느꼈다. 이씨는 비닐쓰레기 수거가 중단된 이날에도 아파트 분리수거함에 평소처럼 비닐쓰레기가 분리 수거돼 있는 모습을 보고 당혹감을 느껴야 했다.
성북구 최대 단지인 D아파트 분리수거장에는 여전히 스티로폼과 비닐류 수거함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한 중년 여성이 쓰레기를 분리해 버린 후, 쓰레기를 담았던 검은색 비닐 봉투는 아예 주머니에 넣어 가져갔다. 100ℓ 종량제 봉투에 비닐쓰레기를 가득 담아 버리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 한 60대 남성은 쓰레기를 분류해 버린 후 이를 담았던 비닐 봉투는 그대로 비닐 수거함에 넣었다. 체념한 듯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파트 경비원 이모(77)씨는 “수차례 방송으로 안내했지만 저 남자처럼 그냥 버리고 가는 사람도 부지기수다”고 말했다.
분리수거장 한 구석에 쌓인 비닐쓰레기만 대용량 봉투로 7∼8개였지만 관리사무소는 이렇게 버려진 쓰레기가 수거될 것인지도 확신하지 못했다. 이씨는 “매주 수요일이 비닐과 스티로폼 등을 업체에서 수거해가는 날인데, 가져갈지 안 가져갈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했다.
동대문구 E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 아파트 경비원 70대 최모씨는 재활용 수거장 앞에 서서 주민들에게 비닐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라고 안내하고 있었다. 한 달 전부터 공지했지만 비닐쓰레기 수거 방법을 모르는 주민들이 많았다. 최씨는 “비닐쓰레기를 못 버리겠다고 공문이 내려온 지는 한 달 가까이 됐다”며 “한 달 전부터 예고됐던 비닐 대란에 대비하지 않은 정부와 서울시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택현 김성훈 김지애 방극렬 심우삼 황윤태 기자 alley@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20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