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틴을 ‘요지부동 권력’ 인식… 대안 찾을 필요성 못 느껴
“무작정 지지 푸틴 수명 단축… 러 미래에도 부정적” 분석도
가디언 “러 국제적 고립 땐 젋은층 푸틴 지지 거둘 것”
모스크바 북서쪽 트베르주에 사는 여대생 마리아 코노발로바(19)는 18일 오전(현지시간) 집 근처 대선 투표소로 향했다. 다른 후보자에게 표를 던질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마리아는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대통령의 골수 지지자는 아니다. 다만 푸틴이 아닌 다른 지도자는 본 적이 없다. 러시아의 젊은이들은 푸틴을 ‘요지부동의 권력’으로 인식하고, 대안을 찾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마리아는 “사람들이 푸틴의 권력에 지나치게 주목하는 것 같다”면서 “그를 대신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없다. 더 나은 지도자가 나타날 때까지는 푸틴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에선 푸틴의 압승이 확실시된다. 그는 1999년 6대 러시아 총리에 취임한 이후 20년째 권력을 잡고 있다. 이번에 임기 6년을 추가하면 26년을 집권하게 된다.
러시아 정계에서 푸틴이 독주하는 가운데 정치에 관심 없는 러시아 젊은이들이 푸틴을 덮어놓고 지지하는 현재의 상황이 오히려 그의 정치수명을 단축시키고, 러시아의 미래에도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푸틴이 발전시킨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라 푸틴을 지지하는 젊은 세대에게 푸틴 이외의 선택지는 없다”면서 “푸틴을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일 뿐 러시아 젊은층이 하나의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마리아와 같은 젊은 세대의 지지는 그녀가 일자리를 얻고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시작하는 다음 대선까지는 푸틴의 권력을 유지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푸틴이 국가를 강하게 만들고 경제를 발전시켰기 때문에 푸틴을 지지하는 젊은이들은 반대로 경제적으로나 국제적으로 러시아가 고립된다면 푸틴을 더 이상 지지하지 않게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러시아 젊은층은 푸틴의 지지 세력이기도 하지만 야권의 반정부 시위의 한 축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 연구원 콘스탄틴 가제는 “지지층에게 푸틴이 신화적 인물일 수 있는 건 푸틴 없는 러시아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의 지지율이 7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나지만 투표율이 계속해서 떨어지는 추세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분석했다. 2012년 대선 투표율은 약 65%였지만 2016년 총선 투표율은 50%에 못 미쳤다. 러시아 독립 여론조사기관 레바다센터는 이번 대선 투표율을 52% 수준으로 예상했다. 이번에 투표율 70%, 득표율 70%를 달성하는 것이 크렘린궁의 목표다.
WP는 “투표율이 낮은 것이 푸틴이 인기가 없다는 증거는 아니다”면서 “‘어차피 푸틴인데 뭐하러 투표해?’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인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특히 젊은 유권자들은 푸틴을 지지하지만 투표나 정치엔 관심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을 끌어올려 푸틴에 대한 신뢰를 숫자로 입증하려 고군분투했다. 정부 관계자는 가디언에 “크렘린은 젊은 사람들이 2024년 대선까지 정부를 지지해주길 원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가디언은 또 “푸틴을 이을 지도자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외교 갈등을 비롯해 안팎으로 해결할 문제는 쌓여만 간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인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미래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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