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 날 서울 논현동 자택 주변은 조용했다. 지지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지난해 3월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 검찰 소환 때 수백여명의 지지자가 태극기를 들고 삼성동 자택 앞에 운집한 모습과는 달랐다.
검찰 소환이 2시간도 남지 않은 오전 7시45분.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들과 김영우·권성동 등 전·현직 의원들이 자택에 들어섰다. 김 의원은 침통한 표정으로 취재진에게 “문재인 정권은 이 전 대통령을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며 “오늘 그 치졸한 꿈을 이루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들에게 “내가 잘할 테니 용기를 잃지 말고 잘 대처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이 탄 검은색 제네시스는 오전 9시14분 자택을 빠져나왔다. 경찰의 호위 속에 지하철 반포역과 교대역을 지나 약 8분 만에 자택과 5㎞ 정도 떨어진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경찰의 차량 통제가 일부 어긋나 법원 주변에서 잠시 차량이 멈추는 일도 발생했다.
이 전 대통령의 차량이 모습을 보이자 중앙지검 앞은 “이명박을 구속하라”는 구호와 “문재인 정권은 마녀사냥을 중단하라”는 구호로 가득했다. 한 남성은 이 전 대통령 지지자 20여명에게 “이명박 신발이나 닦는 놈들”이라고 소리쳤다. 일부 시민은 ‘MB 소환 구속’ ‘9년을 기다렸다’는 피켓을 크게 흔들었다.

진보단체도 이 전 대통령 출석에 맞춰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용산 참사, 가스 철도 민영화, 쌍용차 해고로 노동자와 가족을 죽음으로 내몬 이명박 대통령을 구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재숙 용산참사 유가족은 “살인적인 진압을 했던 MB정권을 용서할 수가 없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검찰 조사 358일 만에 또 다른 전직 대통령 소환을 놓고 시민 반응은 엇갈렸다. 이날 오전부터 자택를 찾은 원영진(56)씨는 “자녀들과 다음세대에 암울한 시대를 물려줄 수 없다는 생각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자택 주변을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이모(57‧여)씨는 “(이 전 대통령이) 자기 잘못은 없다고 하는데 죄를 인정하고 국민에게 사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60대 여성은 눈물을 흘리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감옥에 넣는 것은 명백한 정치보복”이라고 했다.
손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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