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8일 오후 열려던 기자회견을 약 2시간 남겨두고 전격 취소했다. 수행비서 김지은씨에 이어 자신의 싱크탱크 여직원이 수차례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추가로 폭로하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추정된다. 추가 폭로는 안 전 지사 측이 전날 ‘사과 기자회견’을 예고한 뒤에 터져 나왔다.
기자회견을 공지할 당시 안 전 지사 측 입장은 ‘선(先) 직접 사과, 후(後) 변호사 선임’이었다. 안 전 지사 측은 7일 오후 6시쯤 취재진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국민, 도민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올리겠습니다’라며 8일 오후 3시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언론 보도를 통해 안 전 지사가 설립한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의 연구원인 여직원이 안 전 지사로부터 수차례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는 안 전 지사의 싱크탱크(사설 연구소)다. 이 여직원은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가 열렸던 지난해 1월 18일 새벽 안 전 지사로부터 서울 여의도의 호텔로 와 달라는 요구를 받아 만난 자리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5년 10월 연구소 인근 행사 뒤풀이에서 신체를 만지는 등 성추행이 시작됐고 2016년 7월 충남 논산 종교시설에서 성폭행 시도가 있었다고 했다. 이후 2016년 8월과 12월, 지난해 1월에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여직원은 “안 전 지사가 맥주를 사오라고 하거나 자신의 지위가 버겁다고 하소연하는 상황에서 성폭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여직원은 안 전 지사가 절대적인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었으며 김지은 전 수행비서의 방송 인터뷰를 보고 충격을 받아 안 전 지사를 고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5일 성폭행 사실을 밝히는 JTBC 인터뷰에서 “다른 피해자가 더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두 번째 폭로’가 나온 뒤 안 전 지사 측은 8일 오후 1시쯤 취재진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기자회견을 취소한다고 알렸다. 안 전 지사는 메시지에서 “검찰에 출석하기 전에 머리 숙여 사죄드리고자 했다”며 “하지만 모든 분들이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검찰에 출석하여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이 국민 앞에 속죄드리는 우선적 의무라는 판단에 따라 기자회견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거듭 사죄드린다. 검찰은 한시라도 빨리 저를 소환해 달라”고 했다.
안 전 지사가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충남도청 앞에선 충남성희롱사건대책위원회 등 사회단체가 오전부터 기자회견을 갖는 등 긴장감이 고조됐었다. 이들은 안 전 지사의 기자회견에 앞서 오후 1시부터 침묵시위를 계획하고 있었다. 이날은 제110주년 세계 여성의 날이기도 하다. 경찰도 4개 중대 300여명의 병력을 도청 주변에 배치했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경계 근무를 강화한 상태였다.
취재진도 전날 밤부터 도청 주변에서 숙박한 후 이른 아침에 포토라인을 따라 취재 장비를 설치하며 준비했다. 도청 측은 기자회견 장소를 1층 로비에 마련하고 일반인 신분인 안 전 지사에게 마이크 외에는 어떤 지원도 안 하기로 결정한 터였다.
이런 상황에서 준비돼온 ‘안희정 사과 회견’은 예정된 시각을 2시간 남기고 돌연 무산됐다. ‘안희정 성폭행’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서부지검은 ‘범죄장소’로 알려진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안 전 지사가 지냈던 공관 및 집무실 압수수색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 기자회견 취소 안내문 전문
검찰에 출석하기 전에 국민 여러분, 충남도민 여러분 앞에서 머리숙여 사죄드리고자 하였습니다. 모든 분들이 신속한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검찰에 출석하여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이 국민앞에 속죄드리는 우선적 의무라는 판단에 따라 기자회견을 취소하기로 하였습니다. 거듭 사죄드립니다. 그리고 검찰은 한시라도 빨리 저를 소환해주십시오. 성실하게 임하겠습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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