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강체추행을 당한 뒤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폭로한 서지현 검사(통영지청)가 29일 “검찰 내에 성추행이나 성희롱 뿐만 아니라 성폭행을 당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이날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서 검사는 “범죄 피해를 입었음에도 거의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일을 당하지 않았나 하는 자책감과 괴로움이 컸다”며 “이 자리에 나와서 범죄 피해자분들께, 성폭력 피해자분들께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얘기하고 싶어서 나왔다. 그걸 얘기하는데 8년이 걸렸다”며 출연 이유를 밝혔다.
서 검사는 ‘성추행 사실을 문제 삼는 여자검사에게 꽃뱀이라는 비난이 쏟아지느냐’는 질문에 “성폭력이라는 건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이다”며 “(검사 간의) 성추행, 성희롱 뿐만 아니라 성폭행도 이뤄진 적이 있다”고 폭로했다.
이어 “피해자가 있어서 함부로 얘기할 상황은 아니다. 그런 여자검사들에게 남자검사들이 발목잡는 꽃뱀이다 이런 얘기를 하는 걸 굉장히 많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손 앵커는 서 검사의 발언에 놀라며 “검사 간에 성폭행이 있었나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그는 헛웃음을 지으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런 일이 다른 일도 아니고 검찰 내부에 있다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서 검사는 8년 전 자신이 겪은 법조계 내 성추행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2010년 10월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소속 안모 전 검사가 허리를 감싸안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행위를 상당 시간동안 했다”며 “몸을 피하면서 그 손을 피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주위에 검사도 많았고, 옆자리에 법무부 장관까지 있는 상황이라 대놓고 항의를 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0년 당시엔 지금과 분위기가 달랐다. 성추행 얘기를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였다”며 “개인적으로는 그런 얘기를 공론화하는 것이 검찰 조직에 누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했다. 또 사회에서 이런 문제가 대두됐을 때 피해자에게 2차·3차 피해가 가해지지 않나. 그런 것을 걱정한 것도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 검사는 성추행 사건 이후 어떤 사과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임은정 검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뒤 모시고 있던 간부들과 의논했다. 또 여자검사 선배와도 의논했다. 당시엔 내가 고소를 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간부급을 통해서 사과를 받아주겠다는 얘기를 듣고 임 검사에게 '저는 잘 모르겠다'고 답을 했다”며 “그 후로 어떤 사과나 연락을 못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 검사는 성추행 사건 이후, 업무감사를 통해 이유없는 지적을 받고 부당한 인사 발령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서 검사는 “검사가 처리한 업무에 대해 감사하는 사무감사 지적이 시작됐다. 당시에 수십건을 지적 받았다”며 “검사를 해본 사람은 누구나 그 사무감사 지적이 부당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굉장히 부당한 지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감사를 이유로 검찰총장 경고를 받았고, 그 경고를 이유로 통영지청 발령을 받았다”며 “불이익이라고 주장했지만 법무부에서는 통영지청 발령이 불이익이 없었다고 했다. 당연히 법무부에서 그렇게 얘기할 거라 예상했기에 8년간 입을 다물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영지청은 지금 경력검사 자리가 있다. 지청에 경력검사는 통영지청 정도 규모에 청에는 3~4년차 검사들이 근무한다. 나는 15년차 검사다”라며 “또 당시 발령을 받았을 때 내 아래 기수 검사가 경력검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경력검사가 2명 배치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검사는 인사대상도 아니었다”며 “검찰총장 경고를 이유로 통영지청에 발령했다고 주장하지만 보통 총장 경고는 징계가 아니다. 또한 징계를 받은 검사가 이렇게까지 먼 곳으로, 이렇게까지 기수에 맞지 않게 발령을 받는 경우도 없다. 일반적인 예와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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