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평균 103만원으로 세계 6위
소비자 다수가 저축 또는
목돈 마련 수단으로 여겨
전문가 “보험 원래 목적은
위험 보장이라는 점 명심해야
소득 10% 이내 지출이 적정”
우리나라 가구는 소득의 18%를 보험료로 지출하고, 가구당 평균 12개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에 ‘과다 가입’하는 바람에 나중에 손해를 보며 중도 해지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보험의 본래 목적이 ‘목돈 마련’이 아닌 ‘미래의 위험 보장’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은 국내 가구가 매월 평균 103만원을 보험료로 납입하고 있으며 가구당 평균 11.8개의 보험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금소연은 기획재정부 연구 용역을 맡아 지난해 11월 전국 1000개 가구(월 평균 소득 세전 557만원)를 대상으로 ‘가계 보험가입 적정성에 대한 비교 조사연구’를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험료는 세계 평균의 1.8배에 달한다. 세계 6위 수준이다.
금소연은 조사에 응답한 소비자 다수가 보험을 ‘저축 또는 목돈 마련’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실손의료보험, 사망보장보험 등의 경우 응답자 중 76%가 잠재적 위험을 보장받기 위해 가입했다고 답했다. 반면 변액보험이나 저축 기능이 포함된 보험은 응답자의 66%가 자금 마련을 가입 목적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조연행 금소연 대표는 “보험상품의 경우 금융투자상품이나 예·적금과 달리 보험료의 약 12%가 보험회사 사업비로 쓰이기 때문에 저축 기능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험금이 투자 실적에 따라 바뀌는 변액보험을 투자형 상품으로 오인하고 있는 소비자가 다수였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사회안전망연구실장은 “변액보험은 보험사가 기금을 운용해 이에 따른 실적으로 질병 등을 보장해준다는 의미”라며 “수익이 높다고 해서 소비자에게 혜택이 더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변액보험의 경우 ‘연금 주는 종신보험’과 같이 특약 상품이 많은데 여러 기능이 합쳐진 보험 상품을 한 번에 든다고 좋은 게 아니다”고 말했다. ‘보험 끼워 팔기’로 소비자가 특약 상품을 구입하면 노후 대비, 실손 보험, 종신 보험 등 자신의 목적에 맞는 보장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잘 모르고 보험에 가입한 결과 중도 해지하는 사례도 많다. 네 가구당 한 가구꼴(26.5%)로 최근 5년 이내 보험을 중도 해약한 적이 있다. 보험을 중도 해지하면 소비자는 납입액의 일부만 돌려받기 때문에 불리하다. 해약 사유로는 ‘보험료를 내기 어려워서’(28.2%), ‘더 좋은 상품에 가입하기 위해서’(24.9%) 등을 꼽았다.
금소연은 보험 가입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적정 보험료는 연소득의 10% 이내라고 덧붙였다. 적정 보험료 표준 모델도 제시했다. 30, 40대 자녀가 없는 가구가 연소득 3000만∼4000만원이라면 적정 보험료는 28만원(사망 8만원, 상해 8만5000원, 질병 7만원, 실손 2만5000원 등)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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