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과장은 2012년 말 세종 이주 초기에 특별 분양 아파트에 당첨됐다. 세종시의 신규 분양 아파트는 우선 50%는 공무원들에게 특별 분양하고 나머지 50%를 일반에게 분양하는 구조다. A과장은 일찍 당첨된 덕에 그 아파트를 팔아 2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고, 최근 일반분양으로 펜트하우스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입주도 2년 남은 펜트하우스는 현재 ‘피’만 3억원이 붙었다. A과장은 5년도 안돼 최소 5억원을 챙긴 셈이다.
B과장은 이주 5년째지만 특별 분양에 당첨된 적이 없다. 2:1 이든 3:1이든 지원하는 족족 떨어졌다. B과장은 월세 아파트를 전전하고 있다. B과장의 아내 분이 얘기했단다. “당신은 항상 운이 없는 사람이잖아. 건강한 것으로 만족해”라고. 이 말을 전하면서 B과장은 쓴 웃음을 지었다.

정부의 규제를 비웃듯 행정의 중심 세종은 여전히 투기 광풍이다. 최근 세종의 ‘타워팰리스’ 격 주상복합 50층짜리 분양에 거의 모든 세종시민이 청약을 신청했다. 당연히 우리 세대도 신청했다. 66:1. 별 기대도 없었고 결과는 그대로였다. 며칠 전 이 아파트의 공무원 특별 분양 당첨 결과가 나왔을 때 청사가 들썩였다고 한다. 운 좋게 된 공무원은 모든 부서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세종의 다른 명칭은 행정중심복합도시다. 줄여서 행복도시다. 하지만 3년 전 “빚내서 집사라”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발언을 전후로 세종은 행정중심투기도시(행투도시)로 변했다. 갭 투자로 1억원을 못 벌면 바보 소리를 들었다. ‘헛 똑똑이’인 나나 아내나 미분양 아파트 대상 갭 투자로 단돈 몇천만원으로 수 개월새 수억원을 버는 ‘선수’들이 있는 줄 최근에야 알았다.세종에 내려와서 열심히 일하고 살았는데 갑자기 자괴감이 들었다. ‘우린 뭐했나.’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우리 부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두 딸이다. 아이들은 지금 ‘우리집’이 좋고 그것만으로 족한 듯 싶다. 어제 병원을 함께갔다 온 윤영이가 자기 전 “인영아 고생 했어”라고 하니 이불에 머리만 내민 인영이가 “너희들도 고생 많았어”라고 했다. 윤영이를 포함해 3 가족은 빵 터졌다. 우리 가족에게 세종은 행복도시도 행투도시도 아닌 행복중심인영도시인 행인도시다. 앞으로 수십대 일의 요행을 바라지 않으려한다. 그 시간에 열심히 일하고 땀흘린 만큼 돈을 벌 테다. 그래도 행복할거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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