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한샘 성폭행 사건을 다루며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꼬집었다.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남녀의 성관계를 ‘함께 차를 마시는 일’로 비유한 영상을 소개했다. 성관계가 폭력이 되지 않기 위해 가장 먼저 전제돼야 하는건 ‘거부하지 않았다’가 아니라 ‘동의하지 않았다’임을 알려주는 유튜브 영상이다. 내레이션에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가수 에릭남, 타이거JK, 개그맨 유병재 등 유명인사가 참여했다.
“당신은 차를 만들어줄 수 있지만 상대방은 마시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아니, 됐어’ 하면 차를 만들지 않으면 됩니다. 그냥 만들지 마세요. 마시라고 강요하지도, 안 마신다고 화를 내지도 마세요.“
영상은 상대방에게 억지로 차를 마시게 할 권리가 없듯이, 성관계도 반드시 ‘동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설사 상대방이 “차를 마시고 싶다”고 했더라도 막상 차를 내왔을 때 거부할 수 있다. ‘그때’는 마시고 싶었다 하더라고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차를 만드는 동안 상대방이 의식이 없어졌다면 더욱더 억지로 차를 마시게 해서는 안된다. “의식이 없는 사람은 차를 마시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를 마실 때는 이토록 당연한 일들이 왜 ‘성범죄’를 다룰 때는 분쟁의 소지가 되는 걸까.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가 피해자라고 하는 상이 있다. 흠잡을 데 없는 순진무구한, 순결한 여성, 그리고 적극적으로 어떤 피해 상황에서 죽을 만큼 대응해야 하는 여성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샘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가해자와 주고받은 문자를 분석한 김태경 우석대 상담심리학 교수는 “‘(피해자가) 어떻게 같은 직장을 다녀’ ‘어떻게 문자를 주고받아’라고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흔히 ‘피해자는 이러이러해야한다’는 반응, 공포반응, 불안, 초조, 우울, 죄책감, 수치심, 이런 반응을 겉으로 안 드러낼 수도 있다”며 “(피해자가) 죽을 만큼 거부했느냐 여부가 아니라 동의 여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한샘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김지영(가명)씨가 출연해 성폭행 사실을 알린 후 징계를 받는 등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고 호소했다. 지영씨처럼 직장 내 성추행 피해를 알렸다가 오히려 ‘꽃뱀’으로 몰리는 등 2차 피해를 입은 제보자의 사례도 이어졌다.
12월 9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제작한 캠페인 영상입니다. 동참해주신 김동현, 다이나믹듀오, 박준영, 에릭남, 유재석, 이준기, 장항준, 타이거 JK, 표창원, EXO 카이 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그것이 알고 싶다 공식계정 (@SBSunanswered) 2017년 12월 9일
“성폭력은 여성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입니다. 앞으로 저희도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pic.twitter.com/gD5cCivo8o
방송 말미에는 개그맨 유재석, 배우 이준기, 그룹 다이나믹듀오, 그룹 EXO 카이 등이 출연한 캠페인 영상이 등장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성폭력은 여성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입니다. 앞으로 저희도 침묵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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