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모, 의붓동생, 의붓아버지를 살해하고 뉴질랜드로 도주한 30대 용의자가 시신에 밀가루를 뿌리고 피해자들의 휴대전화를 받는 등 주도면밀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SBS 라디오 ‘김성준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인이 “굉장히 치밀하게 계획해서 금방 발각이 안 되고 며칠 소요되는 와중에 뉴질랜드로 도주했다”고 밝혔다.
용인 일가족 살해 사건의 피의자인 30대 장남은 아파트에서 친모와 의붓동생을 살해한 뒤 피해자들의 혈흔에 밀가루를 뿌렸다. 이는 범죄 현장에서 범죄를 은닉·은폐하기 위해서 쓰이는 수법으로 다수 영화에 나오며 새로운 범죄 지식으로 퍼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수정 교수는 “밀가루를 뿌리게 되면 미세가루가 많아져서 지문 같은 것들을 검출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태가 된다”며 “증거를 훼손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은폐 시도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범인의 은폐하려는 의지가 굉장히 강렬해 “소방관이 도착했을 때 집안 정리가 너무 잘 돼 있어 시신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범행 현장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범인은 범행 후 이미 사망한 피해자들의 휴대전화를 직접 들고 다니면서 누군가 전화가 오면 피해자들의 행방을 거짓 진술했다고 한다. 예컨대 “(피해자가) 주말에 해외여행을 갔다” “술 취해서 자고 있다”는 등의 답변을 하면서 치밀하게 범행을 숨겼다.
용의자가 전화를 받은 사람 중에는 이모도 있었다. 공항에서 이모의 전화를 받은 범인은 “(친모가) 여행을 가고 있다”는 답을 했다. 이에 살해된 친모의 동생은 언니가 여행을 가는 줄 알았다고 한다. 남동생의 학교에서 “왜 학교를 나오지 않느냐”는 전화도 직접 받아 “여행 갔다” “조만간 등교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범인이 피해자들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뉴질랜드로 도주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피해자들이 여행을 갔다고 생각했고 용의자는 그동안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경찰 역시 피해자들의 휴대폰이 위치 추적 가능해 이들이 살아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에 용의자는 21일 살인 저지른 이틀 뒤인 23일 출국하는 등 범행 뒤에도 충분한 시간을 벌었다.
뉴질랜드로 도주한 이 남성은 29일 오클랜드에서 별도의 절도 혐의로 체포돼 구금 중이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법무부를 통해 용의자의 신병 인도를 추진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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