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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고] 메마른 땅에서 움트는 생명의 씨앗

입력 : 2017-10-17 15:06/수정 : 2017-10-17 15:13
끼이익, 문을 연다. 먼지가 자욱하고 퀴퀴한 냄새로 가득찬 방.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좁고 어두운 방에서, 엄마의 긴 산고 끝에 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린다. 세상을 처음으로 마주한 아기를 돌보는 손길들이 분주하다. 미리 모아 둔 빗물로 아기를 씻기고, 녹슨 의료기구로 처치를 한다. 낡은 침대에 누운 엄마는 다 해진 천에 싸인 아기를 받아 품에 안고, 아기에게 젖을 물린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주어도 바꿀 수 없을 사랑스러운 아기가 엄마를 보며 웃는다.


[청년기고] 메마른 땅에서 움트는 생명의 씨앗
나유경 굿네이버스 탄자니아 장기 해외자원봉사자

유니세프 자료에 따르면, 탄자니아 인구 10만 명 당 454명의 산모들이 임신이나 출산 도중 사망하며, 5세 미만 영아사망률은 1천 명 당 81명에 이른다. 탄자니아의 의료체계가 매우 열악하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탄자니아의 산모 사망률은 세계 5위에 달한다. 마을과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는 보건시설을 찾아가는 것은 산모들에게 매우 힘겨운 일이다. 가장 큰 이유는 '빈곤'이다. 

빈곤으로 인해 일을 해야 하기에 산모들은 보건시설에 갈 수 있는 여유도 없을뿐더러, 의료시설까지 갈 교통비조차 마련하기 힘들다. 어렵게 보건시설에 찾아간다고 해도 적절한 의료장비나 인력이 충분치 않아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도 없다. 보건시설에 찾아올 수 없는 산모들은 대부분 집에서 산파도 없이 아기를 낳는다. 탄자니아의 전체 분만 수 대비 보건시설 분만 비율은 51%다. 산모들 중 절반이 시설이 아닌 다른 곳, 심지어 길가에서도 분만을 한다. 의료시설이 아닌 곳에서의 분만은 자연히 비위생적인 환경과 잘못된 분만 방법으로 이어지고, 이는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해치는 또 다른 문제 요소가 된다.

필자가 현재 해외자원봉사단으로 몸담고 있는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는 한국국제협력단의 지원으로 2015년부터 탄자니아 신양가 주 키샤푸 군에서 병원과 보건소 등 49개 보건시설들을 대상으로 모자보건 시설 및 장비 개선, 모자보건 서비스 역량 강화 등의 모성보건사업을 진행했다. 또한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한 모성보건 인식 개선사업 등도 실행되고 있다. 필자는 보건시설과 인근 마을을 정기적으로 순회하며 굿네이버스의 사업을 통해 의료환경 및 서비스, 모성보건 인식 등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를 조사한다. 흙먼지로 가득한 거친 길을 차로 왕복 4~5시간씩 달리다 보면,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이 이곳에서는 당연하지 않은 것에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 아픈 곳이 있어도 여러 이유로 병원에 오지 못하는 엄마들, 간단한 약으로도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을 약과 의료장비가 없어 치료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형언할 수 없는 안타까움과 슬픔이 가슴 속에서 요동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도 희망의 씨앗이 싹 트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열악한 환경의 보건시설의 개보수를 실시했고, 분만에 필요한 전기 및 수자원 공급 시설을 제공했다. 또한 의료장비 지원 등을 통해 보건시설들을 확충했으며, 정기적으로 의료인력 및 마을보건요원들에게 모성건강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그리고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한 어드보커시 활동을 통해 모성건강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이해 및 관심을 증진하는 활동도 진행하였다. 이러한 활동으로 보다 많은 지역주민들이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모성보건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관심을 일깨울 수 있었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뿐만 아니라 아플 때 적절한 치료와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건강하게 낳는 축복 또한 누릴 수 있어야 한다. 10월 17일은 세계빈곤퇴치의 날이다. 탄자니아를 포함한 빈곤 국가의 엄마와 아기들이, 빈곤과 질병으로 허망하게 고통 받거나 생명을 잃지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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