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6일 강원도 철원 금악산 일대에서 육군 이모 일병의 머리로 날아든 탄환은 유탄(流彈)으로 확인됐다. 유탄은 표적을 빗나간 탄환을 말한다. 군은 당초 이를 다른 물체와 충돌해 방향이 바뀐 도비탄(跳飛彈)으로 추정했지만,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에서 총상 원인이 뒤집혔다.
국방부는 9일 “현장 감식과 부검 등을 실시한 결과, 이 일병의 사망 원인은 사격장에서 직선으로 날아든 유탄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일병의 이동을 인솔한 부대, 사격훈련을 실시한 부대, 사격장 관리 부대 등 사단 전반에서 나타난 안전조치·사격통제의 부실함 역시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일병은 지난달 26일 오후 4시10분쯤 금악산 일대에서 진지공사를 마치고 부대원 20여명과 복귀하던 중 어딘가에서 날아든 탄환에 머리를 맞았다. 곧바로 군 병원에 이송됐지만 치료 1시간여 만인 오후 5시22분 사망했다.
이 일병이 총상을 입은 지점은 부대 사격장과 340m 떨어진 곳이었다. 당시 사격장에선 병사 12명이 K2 소총으로 사격훈련을 하고 있었다. 이 일병의 피격 지점은 소총 사거리 안에 있다. 그 사이에는 철조망과 방벽 등이 설치돼 있다.
군은 사고 이튿날 초기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 일병의 머리로 날아든 탄환을 도비탄으로 추정했다. 도비탄은 어딘가를 맞고 튄 탄환을 의미한다. 유탄이나 불발탄처럼 발견된 상태를 나타내는 명칭이다.
초기 조사 결과는 ‘부실 조사’ 논란에 휩싸였다. 도비탄은 사격장에서 종종 발견되지만, 이로 인해 숨지는 사례는 흔치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소총 사거리의 끝자락까지 날아간 도비탄이 이 일병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분석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예비역 군인들을 중심으로 불거졌다.
국방부는 송영무 장관의 특별수사 지시를 받은 지난달 28일부터 도비탄, 조준사격, 유탄 등 3가지 가능성을 놓고 이 일병의 사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사격장에서 빗나가 이 일병의 머리까지 직선으로 날아간 탄환, 즉 유탄으로 국방부는 판단했다.
국방부는 “200m짜리 표적을 기준으로 총구가 2.39도가량 올라가면 탄환이 이 일병의 피격 지점까지 직선으로 날아갈 수 있다”며 “사격장 방호벽 끝부터 수목지대까지 70여개의 피탄 흔적이 발견된 점으로 볼 때 유탄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 일병 시신에서는 우리 군이 사용하는 5.56㎜ 탄두가 4조각으로 파편화돼 발견됐다. 이 파편에서 다른 물체와 충돌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도비탄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 일병을 살해하거나 상해를 입힐 목적으로 누군가 조준사격했을 가능성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국방부는 “이 일병의 피격 지점에서 사격장까지 약 340m 거리에서 육안에 의한 조준이 불가능하다”며 “그 사이 60m 구간은 수목지대”라고 설명했다. 사격훈련을 실시한 부대에 이 일병과 면식, 또는 원한관계인 병사도 국방부 특별수사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국방부는 사단 전반의 미흡했던 병력 관리도 사고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일병 등을 인솔한 부대는 진지공사를 마치고 도보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총성을 들었지만 이동을 중지하거나 경로를 우회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격훈련부대는 이 일병의 피격 지점인 영외전술도로에 경계병을 투입했지만 명확한 임무를 부여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격장관리부대의 경우 사격장 및 피탄지 주변 경고 간판 설치 부실 등 안전대책이 미흡했고, 사단사령부 등 상급부대 역시 사격장과 이 일병의 피격 지점의 취약 요소를 식별하지 못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 일병을 인솔한 부대 소대장과 부소대장, 사격장 통제 책임이 있는 중대장 등 3명에 대해 엄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사단장 등 16명에 대해 지휘감독 소홀 및 성실의무 위반 등의 책임을 물어 군 내부에서 조치할 계획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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