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등장’에… ‘보수 vs 진보’ 진영대결 전운

Է:2017-09-2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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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의미심장했다. ‘적폐청산’이란 용어를 직접 언급하고 비판했다. 그는 “전전(前前) 정부를 둘러싸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이런 퇴행적 시도는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결국 성공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적폐청산’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가장 앞세운 구호였다. ‘적폐’는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에서 벌어진 일을 뜻한다. 그 대상에 포함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적폐청산을 ‘퇴행적 시도’로 규정하고 나섰다. 문재인정부의 대표적 어젠다에 ‘이명박정부’가 정면으로 맞선 셈이다. 현재 권력과 과거 권력 사이에 감돌고 있는 ‘전운’은 두 정권의 다툼을 넘어 한국사회의 해묵은 구도인 ‘보수 vs 진보’ 진영대결로 확대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 전면 나선 MB, 보수 결집 신호탄?

문재인 정권과 이명박 정권이 맞붙을 경우 승부를 예측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런 싸움은 지금 권력을 쥐고 있는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수사와 정책을 통해 과거 권력의 어두운 곳을 들춰내고 단죄하는 것은 역대 정권마다 공식처럼 해온 일이었다.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에 MB가 뛰어들었다. 앉아서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만 갖고 나서진 않았을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때가 되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향후 본격적인 대응이 시작될 것임을 시사했다. MB맨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명박정부 청와대에 몸담았던 이들이 속속 모임을 갖고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들이 노리는 건 결국 지지층의 결집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이 전 대통령의 입장 표명 시점은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민족대이동을 통해 여론이 정리되는 추석연휴에 맞춰 목소리를 냈다. 추석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보수층 결집을 도모하기 위해서란 관측이 제기됐다. 이 전 대통령은 “한가위를 맞아 국민 여러분의 가정과 일터에 두루 평안과 행복이 깃드시길 기원한다”며 지지층을 향한 추석인사를 겸해 입장 표명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글에서 최근 경제위기와 안보위기를 언급하며 “요즈음 나라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저도 그 중의 하나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의 단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적폐청산이 국민적 단합을 해칠 수 있다는 보수 진영의 우려를 반영한 주장이었다.

“수출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할 것 없이 모두가 어렵고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북한의 핵 도발이 한계상황을 넘었다” “나라의 안위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 등의 말로 문재인정부의 약한 고리인 외교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지적했다.

이 같은 MB 측 움직임은 추석연휴 이후 본격화될 보수통합 움직임과 맞물린 것이란 시각도 있다.


◇ 정치권, ‘1與 4野’서 다시 ‘보수-진보’로?

지난 대선을 거치며 정치권은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이 많이 희석된 구도로 바뀌었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의 다섯 정당이 조금씩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 왔다. 국민의당의 캐스팅보트 역할, 바른정당의 차별화 노선 등은 과거 정치권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이 구도가 최근 들어 다시 재편 조짐을 보이시 시작했다.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이란 두 가지 논리를 축으로 각 당의 목소리가 조금씩 바뀌었다.

자유한국당은 이명박 정권을 겨냥한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에 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끌어들이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바른정당도 현 정부를 ‘신(新)적폐'로 규정하면서 한국당의 ‘정치보복' 논리에 가세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최근 당 회의에서 교육부가 산하기관 임원 300여명의 평판정보 등을 수집하려다 철회한 것과 관련해 “퇴출 대상 살생부를 작성한 것”이라며 “(현 정부의) 신적폐가 더 심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이명박정부를 겨냥한 여권의 ‘적폐청산' 논리에 동조하고 나섰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이명박정부 시절의 ‘공영방송 장악' 문건을 공개한 이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필요성까지 거론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국당을 겨냥해 “자기들이 나쁜 짓 한 것을 청산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 어떻게 정치보복인가”라고도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국회 표결 이후 두 당은 ‘5·18특별법'을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비롯해 정책 분야에서 한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와 회동하면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여러 가지로 배려하기도 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모든 정당이 참여하는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이 최상이지만 불가피한 경우 개혁 의지에 동의하는 정당들이 우선 입법개혁연대를 구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국민의당에 대한 정책연대 제안으로 해석되고 있다.


◇ 바른정당, 29일 ‘보수통합’ 격론

바른정당은 29일 의원총회를 열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일부 중진의원들이 추진키로 한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 문제를 논의한다. 바른정당은 현재 ‘통합파’와 ‘자강파’로 나뉘어 있다. 이혜훈 대표가 낙마하면서 자유한국당과 연대 및 통합의 길을 갈지, 독자적인 노선을 고수할지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김영우 최고위원과 김용태·이종구·황영철 의원은 지난 27일 한국당 일부 3선 의원들과 회동을 갖고 보수우파 통추위 출범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자 이튿날 열린 당 공식회의에서는 자강파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대표적 자강론자인 유승민 의원은 보수우파 통합 움직임에 대해 “개인적인 일탈행위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유 의원은 “지금 당의 유효한 결론은 지난번 비대위가 무산되고, 당의 국회의원 20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합의한 11월 13일 전당대회가 공식 입장”이라며 “그것은 흔들림 없고, 거기에 부인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그 스케줄을 두고 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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