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두 경기를 남기고 지휘권을 얻었다. 울리 슈틸리케(독일) 전 감독이 해임되면서였다. 한때 대표팀의 수석코치였지만 감독으로서 전략·전술을 수립하는 과정은 완전히 달랐다. 더욱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막중한 책임까지 짊어지고 있었다.
두 경기 무득점 무실점. ‘무색무취’였다. 자력 본선 진출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만큼 득점이 필요했다. 아무리 실점하지 않아도, 결국 골을 넣고 이겨야 같은 조 경쟁자들의 결과에 의존하지 않고 본선 진출권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한국은 6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최종예선 A조 마지막 10차전 원정경기에서 본선 진출을 확정하고 신 감독을 헹가래쳤지만, 축구팬들이 밝게 웃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경기 내용은 내년 6월 개막하는 본선에서 조기 탈락을 걱정할 만큼 만족스럽지 않았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 득점 없이 경기를 마친 뒤 이란 테헤란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같은 조 경기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시리아가 이란을 이기면 한국은 플레이오프로 내려갈 수 있었다. 이란은 후반 추가시간 3분 시리아에 동점골을 내줬지만 더 이상의 실점을 허용 않았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본선 직행은 이란에 의해 결정됐다.
우리 축구팬들은 ‘본선으로 진출했다’가 아닌 ‘(이란에 의해) 본선으로 진출당했다’며 자조하고 있다. 신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9개월 동안 멋진 팀을 만들겠다. 한국 축구가 얼마나 강한지 본선에서 느낄 것”이라고 약속했다.
신태용 감독 일문일답
-경기 소감은?
“승리하기 위해 우즈벡에 왔다. 아쉽지만 무승부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선수와 교민들에게 고맙다. 한국에 있는 팬들에게도 고맙다. 조마조마한 마음이지만 응원을 보내 선수들은 힘을 냈다. 이 경기를 계기로 앞으로 더 준비하겠다.”
-본선에서 개선할 점은?
“홈에서 이란과 무승부를 거두는 바람에 오늘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선수들이 평정심을 잃지 않았고 집중력과 자신감이 좋았던 것 같다. 우즈베키스탄도 오늘 상당히 좋은 경기를 했다. 중요한 일전이었지만 페어플레이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을 지도한 지 열흘 밖에 되지 않았다. 앞으로 9개월 동안 멋진 팀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겠다.”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를 소화한 열흘 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아시아에서 가장 강하다는 이란과 만났다. 홈에서 했기 때문에 절대 지거나 선제골을 내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홈에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 그래도 지지 않는 데뷔전을 했기에 이번(우즈베키스탄 원정)에는 자신 있게 했다. 이란이 워낙 강팀이라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이제는 많이 해소됐다.”
-전반전과 후반전의 분위기가 달랐다.
“우즈베키스탄은 무조건 이겨야 했다. 전반부터 상당히 강하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반에는 우리가 대등하게 경기해도 급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주문했다. 우즈베키스탄은 매 경기에서 후반전부터 체력 저하를 보였다. 그 점을 생각했고 적중했다. 비록 골을 못 넣었지만 우즈베키스탄을 압박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란과 시리아의 경기 상황은 경기 도중 확인했는가
“마지막쯤에 나만 알았다. 선수들에게 일체 이야기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2-1로 이기고 있다고 들었는데, 2-2가 됐다. 그런데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전해 들어 많이 긴장했다.”
-부임하고 두 경기에서 득점이 없었다.
“나는 공격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부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소극적인) 부분이 있었다. 원하는 패턴으로 경기했지만 시간이 짧아 완전히 (그 색을) 입히지 못했다. 대한민국 축구가 얼마나 강한지는 러시아월드컵에서 느끼게 될 것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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