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과 중식비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1심 재판에서 법원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노조 측이 청구한 약 1조1000억원 가운데 4200억원 가량을 사측이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동계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권혁중)는 31일 기아차 근로자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1조926억원의 임금 청구소송에서 “2011년 사건의 노동자 2만7424명에게 원금 3126억원과 이자 1097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총 4223억원을 인정한 것으로 노조측이 청구한 금액의 38.7%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노조 측이 요구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 일비 가운데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는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인정했다. 다만 일비에 대해서는 “영업활동을 하는 일부 근로자에게만 지급되는 것으로 고정성이 없다”며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들은 2011년 연 700%에 이르는 정기상여금을 비롯한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수당 및 퇴직금 등을 정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또 2014년 10월에는 13명의 기아차 근로자가 통상임금 대표 소송을 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이다.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금, 연장·야간·휴일근무 수당 등을 산출하기 때문에 노사협상의 주요 쟁점이었다.
기아차 측은 노조 측의 추가 수당 요구가 회사의 경영에 어려움을 초래해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아차가 2008년부터 2015년 사이에 높은 당기순이익을 낸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근로자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을 이제 지급하면서 중대 위협이라고 보는 건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노조는 청구액을 지급해도 회사 경영에는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며 판례로 제시된 기준에 따라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회사에 돈이 충분하지 않다며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3조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것은 노사 합의에 따른 것인데 이를 깨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맞섰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