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시신을 처음 발견해 신고한 박모(80)씨에게 정부가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유영일 판사는 박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1억원의 신고보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박씨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약 두달 뒤인 2014년 6월 전남 순천시에 있는 자신의 매실밭에서 부패한 시신 1구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이 시신이 유 전 회장임을 알지 못한 채 단순 변사 신고만 했다. 부패가 심해 머리 부분이 ‘백골’ 상태였던 시신은 부검 등을 거쳐 발견된 지 40여일이 지나서야 유 전 회장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정부는 유 전 회장에 대해 신고보상금으로 5억원을 내건 상태였다. 하지만 전남지방경찰청은 박씨가 변사체를 신고했을 뿐 유 전 회장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며 보상금 지급을 거부했다. 그러자 박씨는 “신고 당시 신원을 알지는 못했지만 사후에 유 전 회장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만큼 보상금 가운데 일부를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박씨는 “현상광고에 유병언이라는 사실을 밝혀 신고해야 한다는 조건도 없고, 변사체 신고로 신원이 밝혀져 정부가 수사를 중단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보상금 지급 대상이 되는 전제는 유병언을 신고하는 것”이라며 “박씨는 신고대상이 유병언이라거나 그렇게 볼 합리적 근거가 있다는 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박씨가 시신이 유 전 회장이라는 걸 모른 채 신고했기 때문에 유 전 회장을 신고해야 지급하는 보상금의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당시 매실밭에서 발견된 유 전 회장의 시신은 경찰과 검찰을 당혹케 했다. 시신이 유 전 회장이라는 걸 알지 못한 것은 경찰과 검찰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유 전 회장 시신이 신고됐음에도 경찰은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단순 변사체로 판단해 검시 절차를 진행했다. 시신 발견 장소가 유 전 회장이 은신하던 별장 근처였고, 그가 입었던 옷이 고가 의류라는 점도 면밀히 살피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찰은 초동수사 실패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신원 확인이 늦어진 책임을 지고 당시 이성한 경찰청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검찰도 유 전 회장 신원 파악을 제때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뒤늦게 신원미상 변사체는 검사가 직접 검시하도록 하는 등 변사 관련 업무지침을 개정했다.
법원은 박씨의 신고행위가 정부의 수사력 낭비를 막은 점은 인정하면서도 현상광고에서 정한 신고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시신이 사후에 유병언으로 밝혀진 것은 수사·행정기관의 일반적 후속 절차에 따른 결과”라며 “박씨가 보상금 지급 대상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