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조각가 알피 래들리는 2년 전부터 칼을 사용한 폭력으로 희생된 이들을 기리기 위해 10만개의 칼을 기증받아 8m에 달하는 '칼의 천사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정부의 공식 허가를 거부당한 래들리는 천사상을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 전시하기 위해 온라인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칼의 천사상'은 영국 경찰서, 칼을 사용한 범죄 피해자 가족, 연예인, 정치인 등에게 기증받은 10만개의 칼을 활용해 영국 슈롭셔 철제센터에서 만들어졌다. 영국의 41개경찰서는 무기 자진 신고, 몰수 등으로 확보했던 수만개의 칼을 기증했고, 전직 건달들은 자신의 칼을 상징적 의미로 전달하기도 했다.

경찰은 칼부림으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동의하에 칼을 기증하기도 했는데, 이 경우 피해자 부모가 남긴 메세지를 칼에 새겨 넣었다.
영국철제센터에 따르면 '칼의 천사상'은 영국 경찰서와 시민들이 협력해 만든 유일무이한 추도 기념비이자 폭력에 맞서는 가장 큰 기념물이다. 기념물에 사용된 칼은 모두 씻어 사용했으며 무디게 만들어 전혀 위험하지 않다.
이들은 '목숨은 살리고, 칼은 내려놓자'는 캠페인도 벌여 칼의 천사상 기념물과 함께 영국 전반에 만연한 칼부림 범죄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영국철제센터는 "천사상은 이런 광범위한 문제를 강조하기 위한 하나의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며 "정부와 교육기관 모두 이 현상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2002년 12월 영국 스트렐리에서 칼에 찔려 사망한 제롬 버건의 어머니 트리시 버건은 노팅엄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칼의 천사상을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고 소감을 전했다. "천사상이 완성되지 않았을 때 실물을 봤었다"는 트리시는 "내 아들의 이름이 많은 칼들 중 하나에 새겨져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감격스럽다"며 "아들의 죽음은 평생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각가 래들리는 '칼의 천사'를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 전시하려 했지만 영국이 부정적인 이미지로 비칠까 우려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반대로 무산됐었다. 이에 래들리는 현재 온라인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마지막 2000명의 서명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영국에서 칼부림 범죄는 지속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런던 경찰청은 1월 "최근 통계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폭력 범죄 수치가 22% 급증했다"며 "위험을 감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런던의 칼을 이용한 폭력 범죄는 최근 4년 사이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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