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드레퓌스’ 강기훈·가족, 국가서 7억 배상받는다

Է:2017-07-0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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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발생한 ‘유서대필 조작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뒤 2015년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은 강기훈(54)씨와 가족들에게 국가가 6억8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국가의 배상 책임 외에 당시 필적 감정을 맡았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직원의 책임도 인정했지만, 조작사건을 주도했던 검사 들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부장판사 김춘호)는 6일 강씨와 강씨 가족이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강씨에게 5억2900만원 등 6억8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당초 강씨 측이 국가 등을 상대로 청구한 배상액은 31억원이었다.

재판부는 “국가 등은 필적 감정에 있어서 기본적 원칙도 지키지 않은 위법을 저질렀다”며 “이 필적 감정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결정적 증거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씨는 잘못된 필적 감정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석방된 이후에도 후유증으로 사회생활에 지장을 입었다”며 “유서를 대필했다는 오명을 쓰고 오랜 시간 살아야만 했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당시 수사검사인 강모 전 부장검사 등 수사책임자 개개인에 대한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을 방해하고 참고인들에게 진술을 강요한 부분이 일부 인정되지만 (사건 발생시점으로부터) 20여년이 지나 손해배상을 구할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씨의 법률 대리를 맡은 송상교 변호사는 “오늘 판결 결과는 큰 틀에서 유감”이라며 “당시 가해자였던 이들이 어떤 책임도 이야기하지 않고 회피하고 있는 상황을 공식적으로 묻기 위해 민사소송을 진행한 것인데 법원이 핵심 수사당사자들의 책임을 부정했다”고 비판했다.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은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은 1991년 5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이던 故 김기설씨가 분신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김씨는 경찰에 의한 명지대생 강경대 군의 죽음에 항의해 노태우정권 퇴진을 외치며 대학 옥상에서 몸에 불을 붙인 뒤 뛰어내려 숨졌다. 당시 검찰은 김씨의 동료였던 강씨(당시 전민련 총무부장)가 김씨 유서를 대신 쓰고 자살을 방조했다며 강씨를 구속 기소했다. 강씨는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1994년 만기출소했다.

이 사건은 초기부터 조작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과 법원은 유서 필적이 강씨의 것이라는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근거로 강씨가 유죄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당시 필적 감정을 주도한 이가 이날 재판에서 언급된 김모 당시 국과수 문서분석실장이다.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국과수 및 7개 사설 감정기관에 김기설씨와 강씨의 필적을 재감정하면서 강씨의 억울함을 풀 기회가 찾아왔다. 진실화해위는 유서 필적이 김씨 본인의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고, 강씨는 재심을 청구했다. 2009년 서울고법은 강씨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으나 검찰이 재항고하면서 공이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대법원은 별다른 이유없이 차일피일 재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2012년이 돼서야 대법원은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하고,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2012년 12월 재심 시작 1년 뒤인 2013년 12월 유서 필체는 강씨가 아니라 김기설씨의 필체라는 국과수 발표가 나왔고, 강씨는 2015년 5월 24년만에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때문에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은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린다. 1894년 프랑스 육군대위 드레퓌스가 반유대주의에 사로잡힌 국가기관에 의해 반역죄로 종신유배형을 받았다가 10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로 석방된 사건을 빗댄 것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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