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나눔, 오지마을 행복으로 물들이다

Է:2017-06-20 17:20
:2017-06-2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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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기업 ‘에이퍼플’이 열어 준 캄보디아 쩨이스나 초교운동회

‘후드둑,후드둑’
한두 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은 이내 소나기가 되어 캄보디아 캄봇주 쩨이스나 초등학교 운동장을 적셨다. 대형 천막 아래 모인 아이들은 이런 ‘스콜’이 익숙한 듯 했다. 20분 넘게 이어지는 교장선생님 훈시에 딴 짓을 하거나 꾸벅꾸벅 조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일부 내빈들의 축사와 현지 한국기업이 주는 장학금 전달식이 끝나자 먹구름 가득했던 날씨는 시치미를 뚝 떼며 파란하늘을 드러냈다. 왜 아무도 비를 걱정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캄보디아에서 과수를 재배하는 한국의 농업전문기업 에이퍼플은 2년 전 후원자들과 함께 국제아동절인 6월 1일, 쩨이스나 초등학교의 첫 운동회를 열어 주었다. 올해는 1일이 캄보디아 지방선거 기간이어서 7일 뒤늦게 세 번째 운동회를 개최했다. 선생님이나 학생들, 한국기업, 자원봉사자들 모두 우왕좌왕 했던 첫해와 달리 이제는 한국의 여느 운동회 못지않게 내용도 다양해지고 짜임새도 갖춰졌다.

운동회에는 아이들은 물론 상급학교에 진학한 언니 오빠, 학부모까지 모두 참여한다. 운동회가 커다란 마을 잔치로 변한 셈이다. 학생회장인 뎁 미아미아(12)양은“1년 내내 운동회만 기다렸다. 너무 기대된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엉덩이로 풍선 터뜨리기, 입에 물은 숟가락으로 탁구공 옮기기, 쌀부대에 들어가 사탕 물어오기, 줄다리기 등 게임이 진행될수록 응원소리도, 웃음소리도 점점 커졌다. 지난해에 이어 진행된 보물찾기는 눈치 빠른 어린이들이 보물쪽지를 감추는 진행자의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는 바람에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학교 입구 그늘아래에는 사탕수수 주스, 잔치국수, 만두 등 소박한 먹거리 장터가 펼쳐졌다. 마치 60~70년대 한국의 시골운동회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었다. 고기를 듬뿍 넣은 썸러까리(캄보디아 전통카레)의 향기가 운동장을 가득 채우고,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귀를 간지럽혔다. 상품으로 받은 크레파스와 노트, 비눗방울를 손에 쥔 아이들의 얼굴에는 때 묻지 않은 ‘행복’이 번졌다.

캄폿주 쩨이스나 마을은 캄보디아에서도 오지마을로 대부분의 주민이 벼농사나 인근 농장에서 일용직으로 생계를 꾸려간다. 전교생이 255명인 쩨이스나 초등학교 역시 무상교육이라곤 하지만 형편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도 집안일을 돕기 위해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어쩔 수 없이 가난에 순응하며 살고 있는 이 지역 아이들에게 한국의 후원자들이 지원해주는 장학금과 도서, 학용품 등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자 용기이다.

행사를 주관한 에이퍼플 정승배 현지 법인장은 “전 교실에 선풍기를 설치해준 후원단체, 미끄럼틀과 그네를 선물해주신 기업, 500명분 빵과 식사비용을 제공한 업체, 전교생들에게 예쁜 옷을 후원하신 기업, 학용품, 장난감, 선크림을 제공해주신 기업 등 나눔과 후원을 통해 올해도 역시 멋진 축제가 되었다”면서 “앞으로도 회사는 학생들과 마을을 위해 지속적으로 지원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판 쏘반나라 교장은 “한국기업의 후원으로 컴퓨터와 한글 교육, 학용품과 장학금 지원으로 학생들의 향학열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교장의 바람은 이 학교에서 한국인 교사가 체계적으로 한국의 말과 글, 문화를 가르치는 것이다.

이날 운동회는 나눔의 소중함을 아는 한국기업과 바쁜 일상을 미뤄두고 참여한 봉사자들, 현지 어린이들과 학부모, 주민들 모두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감사의 축제였다.

캄봇주(캄보디아)=글 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
쌀부대에 몸을 싣고 뒤뚱뒤뚱 달려서 사탕하나 입에 물고 얼굴은 온통 밀가루 범벅이 되었지만 아이들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지난 8일 캄보디아 캄봇주 쩨이스나 마을에 위치한 쩨이스나 초등학교에서 세 번째 운동회가 열렸다 운동회를 주최한 현지 한국농업전문기업 에이퍼플의 박정삼 부사장은 “농장개발 초기부터 현지 주민들과 함께 성장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고 그 중 하나가 마을 주민과 함께하는 운동회”라며 “특히 2년 전 첫 운동회 기획에서부터 행사물품지원, 사진봉사까지 적극 협조해준 국민일보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노트 목에 끼워 나르기’게임에서 여학생들이 조심스럽게 노트를 친구에게 옮기고 있다.

‘입에 물은 숟가락으로 탁구공 옮기기’ 게임

마을 주민과 졸업생, 한국기업직원, 자원봉사들이 ‘입에 물은 숟가락으로 탁구공 옮기기’ 경기를 펼치고 있다.

맑게 갠 하늘 아래 펼쳐진 줄다리기

에이퍼플 임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운동회에서 최선을 다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고 있다. 어린이들은 작은 선물이라도 두손 모아 인사하며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주민들이 한국의 한 기업에서 보내준 선크림을 밝은 표정으로 바르고 있다.

아이들이 상품으로 받은 학용품과 선물, 새옷을 입고 운동장을 힘차게 달리고 있다.

아이들이 뭉게구름 떠다니는 파란하늘을 향해 비눗방울을 불고 있다.

한국기업이 설치해준 미끄럼틀과 그네가 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운동회 하루 전인 7일, 학생들이 한국의 한 단체에서 달아준 선풍기 아래서 시원하게 공부하고 있다.

점심시간, 에이퍼플 박정삼 부사장(사진 좌측)과 평화환경 민종진 대표(사진 우측) 외 자원봉사자들이 캄보디아 전통음식인 썸러까리를 준비하고 있다. 민대표는 “작년에 이어서 두번째 봉사활동에 참가했다. 이 자리를 통해서 제가 얼마나 많은 것을 누리면서도 감사함 없이 살고 있는 지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면서 운동회가 매년 이어지기를 소망했다.

에이퍼플 임직원이 성적이 우수하거나 성적향상이 많이 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보물찾기에서 상품으로 받은 캐릭터 가방을 메고 선물을 한아름 받은 여학생이 집으로 가기 전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번 운동회에는 쩨이스나 초등학교에 매월 일정 금액을 기부해온 한국 기업 인카금융서비스가 미끄럼틀과 그네를 지원했고 구송회가 선풍기, 세계적 해난구조회사 한국지사인 아던트(Ardent) 코리아가 도서류, 농협유통이 색연필세트, 바이오스펙테이터가 학용품, 롯데월드가 캐릭터 가방, 애경산업이 선크림, 보금이앤시가 티셔츠 300벌, 아이웰스가 식사비용, 평화환경이 500명분 빵, 이츠테크가 음료수를 후원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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