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부터 일본 나가노에서 개최된 201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컵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결승전 경기가 3·4위전보다 먼저 치러지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대회를 주관하는 일본농구협회(JBA)가 자국 관중에 유리한 경기 중계일정을 짰다가 벌어진 해프닝이다.
JBA는 당초 결승전이 예정된 7일 오후 7시에 중계방송 시간을 잡아뒀다. 일본 농구 대표팀이 당연히 결승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시청률이 높은 저녁 황금시간대에 미리 편성한 것이다.
그런데 일본은 전날 대만과의 준결승에서 73대 78로 지는 바람에 결승에 오르지 못해 3·4위전을 치르게 됐다. 그러자 JBA 측은 부랴부랴 3·4위전을 결승전이 예정된 오후 7시로 미뤘다. 그리고 결승전을 이날 오후 4시45분으로 앞당겼다. 원래대로라면 3·4위전이 예정된 시간이다. 하룻밤 사이 대회 공식 홈페이지에 고지된 경기 시작시간도 변경됐다.
피해는 결승에 오른 한국과 대만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전날 중국과의 준결승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친 끝에 106대 104로 승리했다. 결승전 시간이 앞당겨지면서 체력을 회복할 시간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게다가 한국과 대만의 결승전은 아예 중계방송 자체가 사라졌다. 인터넷 방송중계 조차도 없었다. 양국의 농구팬들은 오로지 FIBA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문자중계를 통해서만 경기 상황을 접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관계자는 “자국의 경기를 중계방송하고 수익적인 측면을 고려한 부분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만 명색이 대회 결승전인데 3·4위전보다 먼저 열리는 것은 우스운 꼴”이라고 주최측의 비상식적 대회운영을 꼬집었다.
JBA 측은 대회 시작 전에 참가국 6개팀 대표자 회의에서 결승과 3·4위전이 바뀔 수 있음을 미리 알리고 동의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홈팀인 일본이 친선경기도 아닌 국제대회에서 일정을 자국위주로 바꾸고 결승전 중계도 하지 않는 행위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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