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종교시설을 건강하게 만들고 누가 오든지 교회에서 쉼을 얻고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빛부대원들과 함께 건강한 신앙생활, 그것을 통해 의미있는 파병생활을 해갔으면 좋겠습니다."
유엔평화유지군 '한빛부대'의 군종장교로 남수단에 파병되는 위진섭(32) 대위의 말이다. 지난 11일 인천시 계양구 국제평화지원단에서 23일 출국을 앞두고 한창 준비로 바쁜 위 대위를 만났다.
위 대위는 오는 7월 8진과 함께 파병될 예정이었으나 현재 파병된 7진의 군종장교가 2개월 일찍 귀국하면서 8진보다 2개월 먼저 출국하게 됐다.
"부대 안에서만 24시간 생활하는 병사들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신앙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병사들은 주로 성경공부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성경공부, 양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새 신자는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모두 준비해서 가야 합니다."

군종장교는 목사, 신부, 법사가 교대로 한 명씩 파병된다. 군종목사는 근무자들에 대한 위문, 상담, MBTI 심리검사, 사생관 교육 등을 통해 하나되고 서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종교적 임무도 감당해야된다. 또 다른 종교의 애로사항, 건의를 도와줘야 한다. 이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팥빙수 위문이다.
"팥빙수 위문은 한빛부대 군종장교의 전통입니다. 현지에서 가장 좋은 위문품은 팥빙수예요. 제빙기, 빙수 재료들은 가져갑니다. 이번에는 눈꽃빙수를 해주려고 합니다."
10개월간 군종목사로 파병되는 위 대위는 네살배기 아들과 11월에 태어날 아기의 아빠다. 그는 둘째 아기가 백일 정도 될 때 돌아온다.

위 대위는 2011년 10월 임관해 지난해 장교로 선발됐다. 보통의 목사 안수는 만 30세가 넘어야 받을 수 있지만 군종장교는 20대 때 임관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군종장교 후보생들에게는 임관하기 전에 안수를 준다고 설명했다.
위 대위는 군종목사의 길을 걷기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가 군종목사 후보생이 된 건 연세대 신학과 1학년 재학 당시다. 선배의 권유로 별 생각 없이 시험을 봤는데 덜컥 합격해 시간이 지나면서 목회자가 된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했다. 결국 신대원 1학년 때 과연 군종목사가 되는 것이 맞는지 정체성의 혼란이 왔다.
신대원 자퇴를 최종적으로 결정했는데 그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삯군이 되는 게 두려웠다. "평신도로 살아가면 혼나지는 않을 거 같은데 괜히 목회한다고 했다가 삯군 되면 책망 받을 거 같았다. 책망 받을 게 두려워 안 하는 게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둘째, 관계 중심적이기보다 일 중심적이고 따뜻하기보다 냉정한 성격이 목회자의 이미지와 다르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에 별로 희망이 없어보였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총회군선교부에서 만류하며 받아주지 않았다.

불만이 쌓인 채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감사하게도 신대원 2년 봄 사경회 때 만난 한 이미지가 그를 오늘의 이 자리에 있게 만들었다.
한국교회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기도를 하고 있을 때였다. 금세 쓰러질 것 같은 십자가 앞에서 통곡하면서 처절하게 울며 무릎 꿇고 기도하는 사람이 있었다. 예수셨다.
"동시에 한쪽에서 팔짱끼고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손가락질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저였다(순간 울컥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제 자신을 보는 동시에 옆자리의 예수님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위 대위는 ‘아 내가 예수님의 자녀로 산다고 했지만 나는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손가락질하고 있었구나. 내가 할 일은 금세 쓰러질 것 같은 십자가를 붙들고 기도하는 일이구나’라고 깨달았다.
그러면서 “하나님 저 뭐 할까요?”라고 물었다. 그때 들려온 음성이 “군종목사 후보생”이었다.

위 대위는 "신자도 만나지만 불신자도 많이 만날 수 있고 장년보다 청년, 여자보다 남자를 많이 만나는데 이들에게 건강한 성직자, 좋은 성직자, 건강한 교회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한국교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고 그 일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하고 있다"고 비전을 밝혔다. 그는 또 비전을 주신 하나님 앞에 약속했다. “하나님 그러면 군복 오래 입으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제 손으로 군복 벗으려고 하지도 않겠습니다. 시키신 만큼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가 꿈꾸는 군종목사는 계급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고 이등병보다 높지 않게 지휘관보다 낮지 않은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휘관보다는 낮지 않은지 모르겠지만 이등병보다는 높아져 있는 모습들을 보았다. 위 대위는 장병들 눈높이에 맞춰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군종목사가 되기를 바란다.

한빛부대와 함께 파병되는 위 대위의 각오는 남달랐다. 그는 예수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면서도 여전히 내전과 기아로 신음하고 있는 희망 없어 보이는 남수단을 보며 한국전쟁 직후 우리나라와 상황이 닮아있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주위 분들이 열악하고 위험한 곳에 간다고 걱정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긴 한데 저는 예수그리스도께서 어둠 가운데 빛으로 오셨던 것처럼 한빛부대 장병들과 남수단에 희망과 빛을 심는 일을 함께 하게 된 것이 너무나 영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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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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