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2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했다. 정부 부처를 직접 찾아간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첫 방문 부처로 국방부를 택해 안보 의지를 부각시켰다.
문 대통령의 국방부 방문에는 국회 여야 국방위원들이 동행했다. 김영우 국방위원장(바른정당), 이철희, 김병기, 김진표, 이종걸, 진영(이상 더불어민주당), 김종대(정의당), 서영교(무소속) 의원이 함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후 2시 정각에 국방부 청사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현관 앞에 일렬로 선 한민구 국방부 장관, 이순진 합참의장, 장준규 육군참모총장, 엄현성 해군참모총장, 정경두 공군참모총장, 임호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황인무 국방차관과 차례로 악수했다. 군 간부들은 문 대통령과 악수할 때 관등성명을 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국방부를 방문할 때 청사 중앙통로는 출입이 통제되곤 했다. 이날은 경호원들이 출입을 제지하지 않은 채 ‘열린 경호’를 선보였다. 문 대통령이 지나갈 때 국방부 직원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하기도 했다.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는 데도 경호팀은 비켜달라고만 할 뿐 제지하지는 않았다. 국방부 직원 2명은 문 대통령에게 사인도 받았다.
문 대통령은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각 군 간부 및 국방부 간부들과 회의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취임 1주일 만에 국방부와 합참을 찾은 것은 그만큼 우리 안보가 매우 엄중한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최근 급격하게 고도화되고 또 현실화됐다. 북한의 도발과 핵위협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해 NLL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높은 것이 오늘의 안보 현실이다. 그렇지만 나는 우리 군을 믿는다. 지난 몇 달간 우리의 정치 상황이 급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이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민주적이고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것도 우리 군이 안보를 튼튼히 받쳐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군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핵심 전력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하고 자주적인 방위 역량을 확보하는 한편 전쟁 억제를 위한 한미 연합 방위 태세에도 굳건하게 유지해주기를 당부한다”면서 국방개혁 2030을 통해 설계했던 국방개혁 방안의 조속한 실행과 방산비리 재발 방지를 주문했다.
이어 “여러분과 대통령이 혼연일체가 되어서 우리 국방을 책임지고 우리의 국방력을 키워나갑시다. 여러분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자 군 간부들은 일제히 “예”라고 답했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약 13분 동안 국방부 현황보고를 받고 5분간의 마무리 발언을 마친 뒤 회의실을 나왔다. 이어 국방부 본청에서 합동참모본부 청사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평소 국방부 본청에서 회의할 때 합참 장군들은 짧은 거리도 차를 타고 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대통령이 걷기 시작하자 모두 걸어서 갔다.
걸어서 이동하는 과정에 마주치는 국방부 직원들과 잇따라 악수를 나눴다. 두 여직원이 공책을 들고 다가가 사인을 요청하자, 문 대통령 웃음을 지으며 ‘대통령 문재인’이란 사인을 해줬다.
역대 대통령이 국방부 청사를 방문했을 때 직원들이 자유롭게 나와서 환영, 환송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과거에는 대통령의 이동 경로에서 멀리 떨어져서 지켜볼 수만 있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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