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란히 구속기소된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의 재판을 분리하는 건 과연 가능할까. 23일 첫 재판을 앞둔 두 사람은 각각 재판부에 "따로 재판 받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제시한 이유는 다르지만 속내는 같아 보인다. 두 사람 재판은 일주일에 세 차례씩 강행군을 하게 된다. 매주 세 번씩 얼굴을 마주하고 장시간 나란히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은 무척 불편할 것이다.
◇ 박근혜 "재판부 예단"… 최순실 "살을 에는 고통"
박 전 대통령 측은 16일 공판준비기일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특검 기소 사건의 재판에만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사건은 검찰이 기소한 사안도 포함돼 있는데, 특검이 기소한 최순실씨 사건과 병합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논리였다. 또 "최씨의 뇌물 혐의 재판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돼 있어 재판을 합치면 재판부가 예단과 편견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순실씨 측 변호인은 지난 2일 준비기일에 "최순실씨가 박 전 대통령과 같은 자리에서 재판 받는다는 것은 살을 에는 고통"이라며 "따로 재판을 받게 해 달라"거 요구했었다. 당시 재판부는 "삼성 뇌물 부분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소사실이 완전히 똑같고 증인도 거의 비슷할 것으로 보이니 사건을 합쳐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자"며 "같이 심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해 11월 직권남용·강요 등 혐의로 최씨를 처음 기소했다. 특검팀은 지난 2월 최씨를 삼성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박 전 대통령 기소는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이후 검찰 특수본에서 이뤄졌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재판을 최씨 뇌물 사건과 병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방어권 행사와 재판 절차 측면 등에서 병합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고, 최순실씨는 박 전 대통령과의 대면이 "살을 에는 고통"이란 이유를 들어 같은 주장을 편 것이다.
◇ 재판부 "특검 사건과 검찰 사건 병합한 선례 있다"
재판부는 16일 “따로 재판할 경우 같은 증인을 두 번 법정에 불러 같은 내용을 질문해야 하는 등 문제가 있다”며 법리와 판례를 검토해 추후 결정키로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는 삼성 측으로부터 433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의 공범 관계다. 두 사람은 SK와 롯데 측에 각각 89억원과 70억원을 요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 조사가 늦어지자 박영수 특검팀이 삼성 뇌물 433억원 수수 혐의로 최씨를 먼저 기소해 이미 8차례 공판이 진행됐다. 검찰은 지난 4월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최씨에게 특검이 기소하지 않은 SK·롯데 뇌물 요구 혐의를 추가해 두 사람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사실상 등장인물과 줄거리가 같은 하나의 사건인데, 최씨에 대한 재판이 먼저 진행되고 박 전 대통령은 뒤늦게 재판을 받게 됐다.
예정대로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재판을 합쳐서 함께 진행할지, 다른 방법을 찾을지는 23일 결정된다. 두 피고인이 반드시 법정에 나와야 하는 첫 정식 재판일이다. 재판부는 "특검 사건과 검찰 사건을 병합해 판결한 선례도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재판장인 김세윤 부장판사는 16일에도 "병합이 가능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 분리 재판 가능성, 낮긴 한데…
사건 병합 여부는 사실 재판부의 재량에 달려 있다. 재판부가 직권으로 병합해 심리키로 결정해 강행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이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며 계속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재판부로서는 이런 잡음을 최대한 제거하기 위해 "23일 결정하겠다"고 시간을 벌어둔 상태다.
박 전 대통령 측의 '분리 재판' 논리를 무력화하는 최선의 방법은 '선례'를 제시하는 것이다. 특검과 검찰로 기소 주체가 다른 사건을 병합해 심리한 전례를 제시하면 '절차 문제'에 대한 지적을 쉽게 내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전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특검 수사가 자주 있었던 것도 아니고, 특검과 검찰의 기소 내용이 엇갈렸던 상황도 많지 않다.
재판부는 23일까지 '특검-검찰 사건 병합 심리' 전례를 찾아 이 사건과의 유사성 등 법리 검토를 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유사한 선례가 최소 1건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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