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 교사였던 딸은 침몰하는 배에서 제자들을 구하겠다고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경기도 안산 단원고 교사 김초원·이지혜씨 부모에게 스승의 날은 딸의 기일만큼 서러운 하루였다. 두 교사는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 5층에 있었다. 탈출하기 가장 쉬운 곳이었지만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겠다고 한 층 더 내려가 빠져나오지 못했다.
정부는 딸이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반발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딸의 희생에 값을 매겼다. 탑승자 구조 실패의 책임을 정치 공세로 여겼던 박근혜 전 대통령. 이 국가 최고 권력자의 눈치를 보면서 책임을 회피했던 정부 부처들. 이들이 수수방관하는 동안 딸의 희생은 보상의 흥정거리 정도로 전락하고 말았다. 야속한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딸은 점점 잊혀졌다.
딸이 세상을 떠나고 맞은 네 번째 스승의 날.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딸의 순직을 인정하고 신속한 절차를 진행하라고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이 소식을 들은 두 교사의 부모는 그동안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고 김초원씨의 아버지 성욱씨는 고향인 경남 거창에서 밭일을 하다 전화로 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 순간 밭일을 계속할 수 없을 만큼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단원고 2학년 3반 담임교사였던 딸은 세월호 참사일 당일 생일이었다. 딸의 생일과 기일을 같은 날 보내고, 다시 한 달 뒤 찾아오는 스승의 날 다시 눈물을 쏟았던 성욱씨에게 문 대통령의 한 마디는 3년 만에 하늘로 보낸 선물과 같았다.
성욱씨는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문 대통령이 집권 닷새 만에) 빠르게 결정하고 (딸의 순직을) 지지해 감사하다. 전혀 생각도 못했다”며 문 대통령을 향한 감사 인사를 반복했다.
그는 딸의 순직 인정을 요구했던 지난 3년을 “암흑 같은 시간”으로 기억했다. “각당 원내대표, 사회부총리, 국무총리를 모두 만났지만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최후의 수단으로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며 “딸의 순직이 인정된 사실도 중요하지만, 전국 기간제 교사 4만6000명을 위한 입법도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고 이지혜씨는 단원고 2학년 7반 담임교사였다. 이씨의 아버지 종락씨는 아내와 함께 TV를 보면서 뉴스 속보로 이 소식을 접했다. 그 순간 아내와 두 손을 붙잡고 한참 울었다고 했다.
종락씨는 “딸이 떠나고 없지만 명예를 회복한 것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었다”며 “박근혜정부에서 받았던 상처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자포자기했었다. (문재인)정부에 고맙고, (딸의 순직) 서명에 동참한 국민들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중락씨도 딸을 위해 목소리를 냈던 기간제 교사들의 처우를 잊지 않았다. 그는 “문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세월호 추모식에서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다’고 했다. 그 약속을 지킨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며 “공무수행 중 숨진 사람들이 순직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안이 제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철오 이가현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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