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속 저 집은 미국 가정의 별채 용도로 제작된 조립식 주택이다. 판넬 등 구조물을 미리 만들어 현장에선 조립만 한다. 정원 한 쪽에 설치해 서재와 작업실로 쓰거나 손님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규모를 좀 키우면 거주용 주택이 되기도 한다.
이 집을 설계한 것은 건축사가 아닌 컴퓨터였다. 로스앤젤레스의 벤처기업 '커버(Cover)'는 고객의 요구를 반영해 최적의 설계도면을 만들어내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조립식 주택 사업을 시작했다. "집을 지을 때 수반되는 각종 번거로움에서 벗어나자"는 캐치프레이즈로 설계부터 인허가와 건축까지 대행하고 있다.

'알고리즘 건축'은 3단계를 거친다. ①설계 ②인허가 ③제작. 가장 오래 걸리는 것은 '인허가'로 2~5개월이 소요된다. '제작'에는 불과 12주, '설계'는 고작 사흘이면 된다. 사흘 만에 설계도면이 나올 수 있는 건 컴퓨터가 알아서 하기 때문이다.
커버는 집을 지으려는 고객에게 50~100개 문항의 설문지를 보낸다. 어떤 집이 필요한지, 생활패턴은 어떤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창문은 어떤 형태가 좋으냐?' '꼭 필요한 가전제품은 무엇인가?' '요리는 보통 몇인분을 하느냐'부터 '통풍 형태' '채광 조건' 등을 꼼꼼히 물어 고객의 요구를 정리한다.
이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사전에 확보해놓은 수많은 '창문 모델' '동선 모델' '가구 배치 모델'에서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디자인을 추려내고, 이를 조합해 설계도를 작성하는 것이다. 설계 비용은 250달러밖에 들지 않는다.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 건축비는 7000만원~2억원 선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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