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의 만남은 시종일관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만난 미국과 독일의 정상은 양국 간 민감한 현안들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트럼프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백악관 내 집무실 오벌오피스에 나란히 앉아 기념촬영을 하는 동안 악수조차 나누지 않아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진 기자들의 악수 요청에 메르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수할까요?”라고 물었지만, 트럼프는 아무 말도 듣지 못한 것처럼 얼굴을 찌푸리고 손끝을 모은 채 기자들만 바라봤다. 당황한 기색의 메르켈 총리를 외면한 트럼프는 사진 촬영 내내 메르켈 쪽으론 애써 눈길조차 던지지 않았다.
이런 모습은 영국과 일본 정상을 만났을 때 트럼프가 보인 태도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트럼프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선 메이의 손을 너무 꼭 쥐고 토닥여 구설수에 오를 정도였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났을 땐 오벌오피스에서 손을 놓아주지 않고 악수를 이어가 화제가 된 바 있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메르켈 총리에게 손을 내밀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 비꼬았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은 브렉시트 전령사인 메이 총리의 손은 오래도록 쥐고 있었으면서, 유럽통합의 화신인 메르켈 총리에게는 형식적인 악수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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