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나의 신앙] 교통사고 딛고 새인생 이지선씨 (2)
국민일보 | 2002.12.06
*오빠 도움으로 화염속 기적같이 생존신호에 걸려 정지해 있던 우리 차에 술을 마시고 이미 작은 사고를 내고 도망치던 갤로퍼 지프가 돌진해와서 충돌했습니다. 우리 차는 그 충격으로 앞차를 추돌하고 튕겨져나와 중앙선을 넘어 건너편에서 오던 차와 다시 충돌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차는 두바퀴 돌아 다시 그 갤로퍼에 쳐박혀버렸습니다.

오빠가 정신을 차린 것은 차가 빙글빙글 돌고있을 때였습니다. 머리 뒤쪽이 후끈하여 일어나 옆을 보니 조수석에 앉아 있던 내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바로 안전벨트를 풀고 열려진 창문(오빠는 늘 창문을 열고 다녔습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요)으로 어떻게 나왔는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빠져나와 조수석 쪽으로 돌아왔습니다. 혹시 제가 그 옆으로 떨어졌는지 찾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거기에 없었습니다.
그때 무심코 오빠가 차 뒤쪽을 보니 흰 양말을 신은 제 다리가 보였다고 합니다. 갤로퍼와 우리 차 사이에 다리가 걸쳐져 있었고 이미 제 상체는 불길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충돌과 함께 연료통이 터졌고 차가 몇 바퀴 돌면서 불이 붙은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불 위로 떨어졌고 충돌로 인한 충격으로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오빠는 저를 꺼내려고 제 두 다리를 잡고 끌어당겼지만 움직이지 않아 제 상체를 위로 띄우듯 당겨서 저를 끄집어냈다고 합니다.

오빠는 불길에 휩싸인 저를 보고 급한 마음에 불을 끄려고 저를 껴안았습니다. 그때 오빠 팔에도 불이 붙었고 순식간에 피부가 타서 벗겨졌습니다. 그래서 오빠는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어 불을 껐다고 합니다. 불을 다 껐을 때쯤 한 택시기사 아저씨가 수건을 들고와 도와주었을 뿐 사고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그때 “빨리 비켜요!차가 폭발해요!”라고 누군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리고 오빠가 바삐 저를 안고 몇 발자국 옮겼을 때 우리 차가 폭발했습니다. 이 모든 일은 불과 1∼2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정말 모든 일이,엄청난 일이 ‘순간’에 일어난 것입니다.
그리고 잠시 정신이 든 저는 오빠에게 “오빠,지금이 몇 년이야? 2000년이야?”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꿈이라고 생각되었나 봅니다. 무의식적으로 저는 꿈이라고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말을 했다고 합니다.
“오빠,나 이렇게 어떻게 살아. 나 죽여줘”
착한 오빠는 제가 아파서 고통받을 때마다 아마 이 말을 되뇌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괜한 짓을 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할 때도 있었을 것이고 그래서 내게 미안한 마음이 든 적도 있었을 것입니다. 오빠의 슬픈 눈에서,어쩔 때는 눈물을 참기 위해 웃는 그 슬픈 웃음에서 그런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얼마전 오빠와 함께 TV를 보는데 뮤직비디오에서 애인이 타고 있던 차에 불이 나자 밖에 있던 여자가 어찌할 바를 몰라 울부짖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그걸 보던 오빠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저렇게 밖에서 보고만 있어야 되는건데 괜히 꺼내어 가지고 이 고생을 시킨다. 그렇지? 네가 발을 내밀고 있어서 그랬지.으이구∼”하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에는 살맛 나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백번 잘 꺼냈지!”라고 대답했지요. 오빠가 참 좋아했습니다. 처음엔 저를 구해낸 것이 실수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일이 실수가 아니었음을 우리 하나님께서 계속 보여주실 것입니다. 이미 제 안에서 시작하신 일을 끝까지 이루실 것으로 믿습니다. 이전의 저였으면 믿지 못할,다 이해하지 못할 평안을 맛보게 하시는 분,이 모습이라도 ‘행복’을 느끼게 하시는 분,이전보다 더 크고 풍성한 것들을 알게 하시고 느끼게 하시는 그 하나님을 신뢰하며 소망합니다.
정리=김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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