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을 완성하기 전에 헌 집을 헐지 말라.”
러시아의 속담이다. 어느 목사님의 경험담을 설교 중에 들은 적이 있다. 유신을 반대하는 운동권에 들어가 반정부 운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감옥에서 고문을 받고 손톱이 빠지는 아픔을 겪었다고 했다.
손톱이 빠지니 새로운 손톱이 자라기 시작하고, 어느덧 전에 빠졌던 손톱은 새까맣게 변해 새 손톱을 덮고 있었다고 한다. 보기 싫어서 새 손톱이 완전히 나기도 전에 헌 손톱을 뽑아버렸더니, 그 손톱에 염증이 생겨 엄청나게 고생했다고 한다.
그 옛 손톱은 새 손톱이 자라는 동안 보호막이 되어 주었을 텐데 그것도 모른 채 새 손톱만 바라보고 헌 손톱을 뽑아버렸다가 큰 고통을 받은 것이다. 아마 새 집을 완성하기 전에 헌 집을 헐지 말라는 속담과 비슷한 예라고 생각한다.
요즘 50세만 넘으면 정년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상 정말 살기 힘들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CEO 모임에 가면 이 문제가 수시로 화두로 떠오른다.
요즘 젊은 신입사원들은 똑똑해서 1년이면 업무를 완전히 숙지하고 오래된 팀장들보다 실력이 훨씬 앞서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특히 IT 분야에서는 기술이 나날이 새롭게 발전하기 때문에, 서른만 넘으면 기술 나이로 환갑이라는 말마저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30대는 모든 분야에서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성과도 내는데, 40대가 되면서부터는 가정 문제에, 돈 걱정에, 회사 업무에 여러 가지로 쪼들리고 있다고 한다. 돈이 한참 들어가는 50대가 되면 이제 월급만으로는 살기 힘들고, 회사에서도 후배 직원들보다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열정마저 떨어져 인사 관리 측면에서는 걱정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회사마다 명예퇴직 제도를 활용해 오래된 직원을 정리한다. 특히 외국계 제약회사는 40대부터 명퇴 제도를 활성화하고 있다고 한다. 몇 년 치 월급을 주고도 퇴직을 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또한 아주 젊은 사람을 이사로 발령함으로써 나이 든 경력 직원의 자존심을 건드려 퇴직하게 만드는 방법 또한 비판의 대상이 된다. 기업이 꼭 이익과 효율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옳은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나는 기업을 경영하기 전에 오랫동안 회사 생활을 했던 경험이 있어 더욱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기업은 직원을 가족이라고 부르며 열심히 독려했던 시절을 생각해 보자. 그들의 노력으로 오늘이 있는 것이 아닌가. 회사가 잘되는 것은 오래된 직원들의 땀과 노고의 결실이라는 생각도 해야 할 것이다.
나는 이런 생각으로 경영을 하다 보니, 일부 직원들로부터 “사장님은 매너리즘의 온상”이라고 비판을 받은 적이 많다. “유능한 사람은 더욱 대우해 주고, 못하는 사람은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 요즘 자연스러운 경영 방법”이라며 따지는 임원도 있다.
그러나 나는 아날로그라 그런 신식 경영은 잘 모른다. 조금 부족한 직원들일지라도 그들에게 딸린 가족들을 생각하면, 회사가 조금 천천히 성장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많다 보니 인건비 비중은 높은데, 급여를 받는 개개인은 월급이 적다는 불평도 있다. 인원을 일부 줄이고 월급을 그만큼 더 많이 주면, 더 좋은 인재가 들어와 회사를 발전시킨다는 주장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렇다고 우리 회사가 이익이 적게 남는가?”, “그렇다고 이 어려운 시기에 성장을 못 했는가?”하고 반문한다. 모두 맞는 말이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경영해왔음에도 사람 문제로 고생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만도 큰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에 들은 문제는 깊이 고려해볼 만하다. 오래된 직원들의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이들이 회사 업무에 불만이 쌓이고 비전이 보이지 않자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해당 부서의 후배 직원들 사이에도 부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 업무 능률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즉 동맥경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경영이란 참 어렵다. 보람을 느낄 때도 많지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님이 내게 맡기신 사명이라고 생각하면, 새롭게 힘이 나곤 한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성경에서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문제가 되는 오래된 직원들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을 사랑으로 격려하고 교육하면 개선할 수 있다는 말씀을 보고 자신감이 생겼다.
관리자급을 대상으로 최고관리자 교육과정을 신설했다. 그리고 팀장급 고급 인력들이 각자 자신의 부서원들을 교육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첫 해에는 반발이 심했다. 교육 받기 싫어 퇴직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후배 직원들과 동반 퇴직하는 부서장도 생겨 매출도 떨어졌다.
그래도 끈기 있게 밀어붙였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직원들 모두 감사하게 생각한다. 자신감을 주고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주니 후배 직원들도 잘 따른다고 입을 모은다. 그 이야기들을 듣고 나도 힘이 생겼다. 일거리를 챙겨주고 업무를 가르쳐주고 열심히 관리하면 게으른 관리자도 새롭게 열정적인 관리자로 재탄생할 수 있다.
이것이 성경이 가르쳐 주시는 “모두 연합하여 선을 이룬다”는 말씀을 실천하는 길일 것이다. 조금 더 인내하고 생각하면 방법은 나온다. 우리가 조급하게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 아니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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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영 칼럼]새 집이 완공되기 전에 헌 집을 헐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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