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단일대오'를 외치던 새누리당 비박계가 29일 국회가 여야 합의로 자신의 퇴진 일정을 결정해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직후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비박계가 이처럼 흔들리자 친박계는 회심의 미소를 날리며 대역공에 나서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해 나경원 정병국 김재경 이종구 권성동 홍문표 이은재 박인숙 하태경 이진복 장제원 김성태 의원 등 비박계 주요 인사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박 대통령의 담화를 지켜본 뒤, 30여분간 비공개 논의를 했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단 의총 논의를 지켜보겠다"고 결론을 유보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나경원 의원은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다"면서도 "일단 여야가 합의하는 것을 좀 지켜봐야하지 않겠나"라고 즉각적인 탄핵 돌입 입장에서 한발 멈춰섰다. 나 의원은 '탄핵 입장은 변화없는 것이냐'는 질문에 "일단 여야합의를 먼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임기 단축에 대한 여야합의 일정을 먼저 봐야할 듯하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 역시 "국민의 눈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며 "개인적 생각으로는 12월2일에는 국회가 하야촉구결의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약속한대로 국회가 일정부분 방법을 제시했으니까 그걸 수용하는지 보고 하야절차를 진행되면 되고, 국회합의를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으면 탄핵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고 즉각 탄핵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즉각적인 탄핵', '박 대통령이 하야하더라도 사법처리는 불가피하다'던 비박계의 결기가 순식간에 쪼그라든 모양새가 확연하다. 반면 친박계는 일제히 '탄핵 중지'를 외치며 공세적 모드를 돌변했다.
이정현 대표는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국민의 뜻에 부응한 것"이라고 주장한 뒤, "대통령이 국회에 모든 것을 맡겼으니 헌법과 법률 범위 내에서 현명하게 의견을 모아 처리하면 된다"고 여야간 대통령 퇴진 일정 협상을 시작할 것을 요구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야당에 탄핵 일정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싶다"고 야당에 탄핵 중지를 요구했다. 그는 나아가 "박 대통령의 오늘 담화는 자신의 거취를 국회에 백지 위임한 것으로 사실상의 하야 선언이라고 생각한다"며 "국회서 다 결정해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은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하셨으니까 이제 국회에서 질서있는 퇴진 방안을 잘 마련해서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는 일을 국회가 주도적으로 해야한다"고 가세했다.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 역시 "야당은 대통령이 퇴진 안 할 경우 탄핵을 한다고 했다"며 "대통령이 물러나겠다고 얘기한 이상 국민에 대한 설득력이 약할 것"이라고 탄핵 중지를 주장했다.
서 의원은 "우리 당 일부 의원들도 탄핵에 찬성한다고 하는데 지금 그럴 때가 아니다"며 "야당도 지금은 대승적인 견지에서 나라와 국가를 위해 협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이 저항할 것"이라고 비박계에 탄핵 참여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비박계가 크게 흔들리자 새누리당을 선도 탈당한 남경필 경기지사와 김용태 의원은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비박계를 독려하고 나섰다.
김용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자기 처지를 모면해보고자, 온갖 용을 쓰고 있다"며 "그러나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박 대통령을 힐난했다. 김 의원은 "국민과 역사가 지켜보고 있다"며 "대통령이 국회에 공을 넘겨 어물쩍 시간을 보내려 하지만 어림도 없다"며 "국회는 법대로 이번 정기국회 안에 반드시 탄핵을 의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만약 정기국회안에 국회가 탄핵을 의결하지 못하면, 그리고 새누리당이 이것을 막아선다면 국민과 역사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경필 지사도 "국가위기 극복을 위해선 지금 시간이 없다"며 "시간이 금이다. 국회는 계획대로 12월9일까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해야한다. 달라진 것은 없다"고 박 대통령의 담화를 비판했다.
남 지사는 특히 "탄핵찬성 입장을 밝힌 새누리당 의원들이 흔들려선 안된다"며 "국민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대통령은 조건없이 사퇴하고, 탄핵은 흔들림없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비박계의 탄핵 단일대오를 깨지 말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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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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