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민, 일제 피해자 유족들…광복 71주년, 일본대사관 앞에 모인 사람들

Է:2016-08-1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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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는 성명서 내용 잘 들었습니까? 사죄의 의미로 큰절을 합니다.”
 
 아베 신조 총리의 가면을 쓴 남자가 위안부 소녀상 평화비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숙이며 큰 절을 올리자 뒤에 서 있던 일제강점하 유족회 회원 10여명이 작은 ‘태극기’로 ‘매질’을 했다.

 
 광복 71주년을 맞은 15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을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70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일제강점하 유족회 회원 100여명은 15일 오전 10시쯤 위안부 소녀상 앞에서 ‘아베 사죄 퍼포먼스’를 펼치며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유족회는 선친의 유해를 올해 안에 유족 품으로 돌려줄 것과 한일합의의 졸속 처리를 무효화하고 강제징용·징병으로 끌려간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내용의 결의문을 읽었다. 유족회 회장 김정대씨는 “야스쿠니에 합사되어있는 한국인들의 유해를 유족 품으로 송환할 것을 천명한다”며 소리 높여 성명서를 읽었다. 아베 가면을 쓴 남자의 머리 뒤로 또 다시 '태극기 뭇매'가 쏟아졌다.

 이를 한 발짝 뒤에서 지켜보던 일본인 유학생 가와구치 슌(24)씨는 “일본 정부가 한일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며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 일본 사회가 역사 갈등을 풀기 위해 논의해야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위안부 소녀상을 찾았다가 우연히 유족회 시위를 보게 됐다고 했다.

 바로 옆에서는 ‘평화나비 FESTA' 대학생 서포터즈 120여명이 모여 위안부 한일합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열었다. 이들은 졸속 합의를 폐지하고 화해 치유재단 강행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회견문을 읽었다. 평화나비네트워크 대표 김샘(24)씨는 “위안부 기림일과 광복절을 맞아 전국 각지에 흩어져있는 대학생들이 모였다”며 “학생들은 각 지역에서 합의 폐지와 화해치유재단 강행 반대 활동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동해 표기 사이버 외교사절단 활동인 ‘반크' 동아리 활동을 할 만큼 한일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오혜령(20·여)씨는 방학을 맞아 뜻 깊은 일에 참여하고 싶어 자리에 나왔다. 오씨는 “한일합의가 잘못됐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많지만 아는 걸 넘어서 함께 실천하고 활동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왁자지껄한 1시간여의 시위가 진행되는 내내 위안부 소녀상 옆자리에는 230일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학생들이 있었다. 소녀상 옆에 파라솔과 매트 몇 개로 만들어둔 농성장을 지키고 있던 윤재민(19)씨와 채은샘(22·여)씨는 유족회가 떠난 주변을 정리했다.

 이들은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지난해 12월 30일부터 2인 1조로 돌아가며 소녀상 앞을 지키고 있다. ‘한일합의와 소녀상 철거를 반대하는 대학생 행동회’와 ‘평화나비네트워크’ 등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대학생 단체 소속 대학생 100여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소녀상을 지키기로 한 것이다.

 폭염도 열정은 꺼뜨리지 못했다. 방학이라 많은 학생들이 집에 내려가는 바람에 인원이 부족하고 연일 무더위까지 겹쳐 힘든 상황이었지만 릴레이 농성은 끊이지 않았다. 윤씨는 “광복 71주년째인데 위안부 문제가 하나도 해결된 게 없이 정부는 문제를 덮기에만 급급한 것이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광복절을 맞은 소녀상은 외롭지 않았다. 지난 14일부터 가족단위로 헌화를 하러 오는 행렬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날도 오후 1시가 되자 소녀상을 찾는 가족 단위 방문객의 발길이 잦아졌다. 부모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한일합의 반대 서명란에 이름을 적은 뒤 위안부 소녀상 앞에 꽃을 두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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