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은 아닐지라도 이번 주부터 1주일의 여름휴가가 시작됐다. 올 여름은 짧게라도 속초를 갈 생각이었지만 막판에 아내와 논의 끝에 방콕하기로 했다. 안 아플 때도 물놀이를 하면 십중팔구 감기에 걸렸던 인영이기에 물놀이를 옵션에서 제외하니 별로 갈 곳이 없었다. 개별 풀장이 있는 풀빌라 펜션이면 위생적으로 큰 문제가 없을 것 같긴 한데 알아보니 하룻밤에 50만~60만원은 기본이었다. 바다나 눈으로 보고 오자고 만만한 속초를 택했는데 사람 많은 곳을 피해야하니 가 봤자 숙소에 있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일이 달리 없을 것 같았다. 대신 3개월 정도 뒤 집중치료 기간이 끝난 뒤 가족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래서 결혼 이후 처음으로 방콕 휴가가 시작됐다. 아침에 일어나 밖에 나가 브런치를 사먹고, 큰 애 치과에 데려갔다. 아픈 몸을 추린 아내에게 마음의 병도 치료해주기 위해 핸드폰을 교체해줬다. 인영이는 최근 재미 들린 플레이도우 아이스크림 만들기 장난감을 사줬더니 온 집안을 찰흙 판으로 만들었다. 밖으로 나가자고 하더니 고스트바스터즈 주인공처럼 물총을 들쳐 메고 아파트 단지를 수색했다. 저녁에는 속초에 간 것처럼 횟집에서 외식을 하고, 아파트 단지 앞 강변에서 온 가족 함께 운동시간을 가졌다. 애들 목욕을 시키고 자려는데 “아빠, 마트”라는 인영이 말에 밤 10시 다시 집 앞 마트에 갔다. 인영이는 장난감을 2개나 쥐더니 깡패처럼 무조건 계산대로 직진했다. 새벽 1시가 되서야 긴 하루 휴가가 끝났다.

솔직히 일하는 게 더 편하다는 불순한 생각도 들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한 보람이 더 컸던 하루였다. 하루 종일 두 아이를 따라다닌 탓에 페북 쓸 겨를도 없이 곯아떨어지니 ‘지금쯤 미국에 가 있어야 했는데’ 같은 잡생각도 없어지고 좋았다.
P.S 방콕 휴가를 즐겼던 분들의 방콕 즐기기 노하우 전수 대환영입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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