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에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Pokémon Go)’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바쁜 유저 대신 포켓몬을 사냥하는 ‘포켓몬 트레이너’가 등장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전역에서 서비스되는 광고전문웹사이트 크레이그리스트(Craiglist)에 “포켓몬을 대신 잡아드립니다”라는 광고가 나왔다고 지난 21일(현지시간) 전했다.

한 광고에는 보통 1시간에 20달러(약 2만3000원)를 받고 게임 속 유저의 레벨을 올려주거나 게임 속 아이템 ‘포켓몬 알’을 부화시켜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원할 경우 개를 산책시켜준다는 트레이너도 있다.

NYT는 199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밀레니얼 세대’가 지금은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어린 시절 향수에 돈을 소비하고픈 욕구가 강하지만 정작 여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광고를 낸 트레이너 토미 장(26)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뉴욕 맨하탄 센트럴파크에서 보이는 포켓몬은 모두 잡아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포켓몬 스티커와 카드를 모은 밀레니얼 세대인 그는 창업 실패 뒤 포켓몬 트레이너로 일해 돈을 모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센트럴파크에서 포켓몬을 잡는 트레이너는 또 있다. 뉴욕대학에서 수학 석사학위를 딴 영국 출신 앨라스타 도겟(25)은 포켓몬 고가 출시된 뒤 포켓몬을 잡으며 집세를 모으고 있다. 도겟은 “집을 함께 쓰는 친구가 하루종일 밖에서 포켓몬을 잡고 와서도 포켓몬을 잡을 시간이 별로 없다고 한탄하는 것을 본 뒤 취업을 못한 내가 대신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1시간에 10달러를 받는 그는 현재 고객이 5명이다.

포켓몬을 잡는 이들이 많아지자 ‘포켓몬 운전사’까지 등장했다. 뉴욕 브롱크스에서 우버 택시를 운전하는 스티븐 아스투디요(20)가 그렇다. 뉴욕 곳곳을 걸어 돌아다니지 않고 다양한 포켓몬을 잡고 싶어하는 이들이 주 고객이다.

택시 뿐 아니라 모패드(측면에 좌석이 달린 오토바이)에 포켓몬 고 유저를 태우고 다니는 이도 등장했다. 그래픽 디자이너 맷 클락(26)은 한동안 쓰지 않던 모패드를 이용해 최근 시간당 25달러를 벌고 있다. 그는 NYT에 “금요일에 한 시간 동안 일하고 수제 육포 900g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포켓몬 고는 게임 사용약관에서 다른 사람의 계정을 사용해 대신 플레이 하는 걸 금지하고 있지만 막는 건 불가능하다. 한 트레이너는 NYT에 “어렸을 적에는 어른들이 우리더러 포켓몬 게임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면서 “이제 막는 사람 없이 마음껏 포켓몬을 잡을 수 있게 됐다”며 즐거워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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