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벌어진 아이슬란드와 프랑스의 유로 2016 8강전. 종료 휘슬이 울리자 경기장을 찾은 아이슬란드 축구팬들은 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들고 특유의 구호와 함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아이슬란드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주도하던 세리머니였다. 이날은 팬들이 먼저 주도했다. 곧 아이슬란드 선수들도 팬들과 하나가 됐다.
‘얼음왕국’ 아이슬란드가 프랑스에 2대 5로 지면서 뜨거웠던 여름 축구를 마무리했다. 축구 변방으로 취급받던 아이슬란드가 축구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상대로 16강전에서 승리하는 등 아이슬란드의 행보는 이변의 연속이었다.
축구만 주목을 받은 건 아니었다. 이색 세리머니가 전 세계 축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경기 시작 전후로 아이슬란드의 주장 아론 군나르손(카디프시티)은 이 세리머니를 이끌었다. 동료들과 함께 대형을 갖추고 팬들 앞에서 느리게, 그리고 점점 빠르게 박수를 쳤다. 팬들 역시 선수들을 따라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은 장관을 이뤘다. 이는 유로 2016의 가장 상징적인 것 중 하나가 됐다.
아이슬란드의 단체 세리머니는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전사들이 전쟁 승리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췄던 민속춤 ‘하카’의 아이슬란드 버전, 또는 바이킹족 버전으로 불린다.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국제적인 행사나 스포츠 경기에 앞서 치러져 왔다. 특히 뉴질랜드 국가대표 럭비팀 올 블랙이 국제경기에 앞서 추는 하카가 잘 알려져 있다.
아이슬란드 축구팬들은 세리머니가 시작되면 ‘허(Huh)!’라는 구호와 함께 박수를 친다. 이는 바이킹 족의 전통 구호다. 그라운드에 서지는 않지만 관중석에서 자국 선수들을 향해 열띤 응원을 펼친다.
유로 2016 8강전이 끝난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드 프랑스. 아이슬란드 선수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평소 경기 후 세리머니를 주도하던 군나르손은 본선 토너먼트 탈락의 아쉬움에 울먹거렸다. 그러자 관중석에서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박수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쩌면 축구의 즐거움을 선사한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는지도 모른다. 군나르손은 고개를 들고 팬들을 향해 다가갔다. 비록 경기에서는 졌지만 아이슬란드의 얼음 동화는 세계 축구팬들의 가슴에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고 막을 내렸다.
[관련기사 보기]
▶[영상] 추신수 쳤다! 공이 넘어간다~ 쭉쭉! 쭉쭉쭉!
▶‘아니, 점마(?)가 밀었다 아이가’ 억울한 이대호
▶투혼의 이민영 ‘암(癌) 벙커’도 날렸다… KLPGA 우승
▶‘비정규직 외국인 타자’의 비극… 롯데 아두치 퇴출
▶“삼각팬티만 입은 건 좀…” 자신감 넘치는 코파 정복샷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