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에 걸친 고용량 항암치료를 무사히 마친 인영이는 한 달 동안의 휴가를 받았다. 9개월의 집중 치료기간 중 전반기 치료를 마친 뒤 입원 치료 없이 경구 항암제를 먹으면 되는 시간이 중간유지 기간이다. 물론 이 기간 중에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외래 피검사로 혈액수치가 정상인지 확인해야 한다.

입원 걱정 없이 맞는 첫 주말, 우리 네 가족은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주 이사 갈 집도 구경하고, 이사 갈 집에 넣을 가구와 가전제품 쇼핑도 했다. 큰딸 윤영이는 이제 두발 자전거를 배우겠다며 과감히 보조바퀴를 뗀 뒤 열심히 타는 연습을 했다.인영이는 하루라도 집에 있으면 좀이 쑤시는 지 눈을 뜨면 “아빠, 마아트~”를 노래했다.

아내는 최근 환우 카페에서 급성 소아 백혈병 재발률에 관한 논문을 읽은 뒤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입원 중에 재발한 아이들을 봐오긴 했지만 아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재발률이 높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 듯싶다. 이런 저런 얘기끝에 나와 아내의 결론은 이렇다. 하고 싶은 것들을 3년의 치료기간이 끝나고 하자 미루지 말고, 지금 치료받는 중에도 최대한 인영이와 윤영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을 해주자.

인영이가 아프기 전에 나는 올 여름에 연수를 핑계로 가족에 소홀했고, 아내 역시 1순위는 승진 여부였다. 그런데 인영이가 아프고 보니 둘 다 부질없는 것들이었다. 그런 경험을 하고 보니 물론 인영이에게 재발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치료 기간이라고 무조건 인고의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교수님이 인영이 수치가 좋아 한번쯤은 먹여도 된다고 한 요구르트도 아픈 이후 처음으로 먹였고(인영이는 마트에서 집까지 요구르트를 소중하게 안고 왔다), 이번 주말에 멀리 여행은 못가더라도 자주 외출을 했다.

요즘 매일매일 인영이가 아침에 일어나 씩 웃으며 낮잠도 안자고 엄마를 괴롭히며 에너자이저같이 노는 모습이 좋다. 단 한시간만에 집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도 아빠가 잠 좀 줄이고 청소하면 된다. 아픈 가족이라도 하루하루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치는 시간들이다. 우리 뿐 아니라 모든 백혈병 환우 가족들이 컨디션이 좋은 환우와 함께 지금 이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기를 기도한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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