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아빠다57>아픈 가족도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Է:2016-06-1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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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량항암치료 뒤 중간유지 기간. 짧지만 소중한 휴가

가정보다 특종을 좇던 기자였습니다. 올해 초 3살 딸아이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서야 ‘아빠’가 됐습니다. 이후 인영이의 투병 생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소아난치병 환우와 아빠엄마들을 응원합니다.


두 번에 걸친 고용량 항암치료를 무사히 마친 인영이는 한 달 동안의 휴가를 받았다. 9개월의 집중 치료기간 중 전반기 치료를 마친 뒤 입원 치료 없이 경구 항암제를 먹으면 되는 시간이 중간유지 기간이다. 물론 이 기간 중에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외래 피검사로 혈액수치가 정상인지 확인해야 한다.
면역수치가 높아진 인영이가 아픈 뒤 처음으로 요구르트와 뽀로로 음료수를 먹었다. 인영이 몰래 숨어 먹던 윤영이도 함께 먹으니 더 좋다고 했다.

입원 걱정 없이 맞는 첫 주말, 우리 네 가족은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음주 이사 갈 집도 구경하고, 이사 갈 집에 넣을 가구와 가전제품 쇼핑도 했다. 큰딸 윤영이는 이제 두발 자전거를 배우겠다며 과감히 보조바퀴를 뗀 뒤 열심히 타는 연습을 했다.인영이는 하루라도 집에 있으면 좀이 쑤시는 지 눈을 뜨면 “아빠, 마아트~”를 노래했다.
이사갈 집에 넣을 식탁을 보러 집 근처 가구점에 갔다. 멀리 가는 여행은 가지 못하더라도 이런 소소한 외출이 즐겁다.

아내는 최근 환우 카페에서 급성 소아 백혈병 재발률에 관한 논문을 읽은 뒤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입원 중에 재발한 아이들을 봐오긴 했지만 아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재발률이 높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 듯싶다. 이런 저런 얘기끝에 나와 아내의 결론은 이렇다. 하고 싶은 것들을 3년의 치료기간이 끝나고 하자 미루지 말고, 지금 치료받는 중에도 최대한 인영이와 윤영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을 해주자.
인영이한테 매일 괴롭힘을 당하는 언니 윤영이가 오랜만에 아빠와 단 둘이 자전거 배우는 시간을 갖고있다. 참 착한 큰딸이다.

인영이가 아프기 전에 나는 올 여름에 연수를 핑계로 가족에 소홀했고, 아내 역시 1순위는 승진 여부였다. 그런데 인영이가 아프고 보니 둘 다 부질없는 것들이었다. 그런 경험을 하고 보니 물론 인영이에게 재발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치료 기간이라고 무조건 인고의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교수님이 인영이 수치가 좋아 한번쯤은 먹여도 된다고 한 요구르트도 아픈 이후 처음으로 먹였고(인영이는 마트에서 집까지 요구르트를 소중하게 안고 왔다), 이번 주말에 멀리 여행은 못가더라도 자주 외출을 했다.
아름다운 자매의 뒤태. 핸드폰을 할때는 사이좋게 지낸다.

요즘 매일매일 인영이가 아침에 일어나 씩 웃으며 낮잠도 안자고 엄마를 괴롭히며 에너자이저같이 노는 모습이 좋다. 단 한시간만에 집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도 아빠가 잠 좀 줄이고 청소하면 된다. 아픈 가족이라도 하루하루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치는 시간들이다. 우리 뿐 아니라 모든 백혈병 환우 가족들이 컨디션이 좋은 환우와 함께 지금 이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기를 기도한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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