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고] 통념과 고정관념을 직시한 국가위기관리시스템 필요

입력 : 2016-03-07 10:30/수정 : 2016-03-09 14:36

청년들의 의견을 듣는 ‘청년기고’ 코너는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는 코너입니다. 기고는 수정 없이 게재하며 국민일보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청년기고] 통념과 고정관념을 직시한 국가위기관리시스템 필요 
기고자 : (박소연 국제학 박사)
“중국이 정말 미국에 버금가는 글로벌 파워로 부상할 수 있을까?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은 실제로 약화되고 있는가?”. 얼마 전 인도인 석학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이 두 가지의 질문에 부딪히고 말았다. 단순히 경제적 지표나, 학술적 인용으로 이 질문에 답을 할 수는 없었다. 또, 학자로서의 자존심이 작용했는지 보편적이고 틀에 박힌 답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쇠퇴’로 축약할 수 있는 21세기 국제사회의 주류적 관점 외에 딱히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아니, 이러한 관점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본 적 없다는 것이 적확한 표현이겠다.


답을 아끼는 나를 보며 그 인도인 석학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바라고 질문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국제정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전망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세계관을 결정짓고 지배하는 통념과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져야 함을 주지시켜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것이 본인이 석유산업의 거두 로열더치쉘의 수석이코노미스트로 근무할 당시 담당했던 글로벌 경제 시나리오 분석의 첫 단계라고 설명했다. 석유사업은 투자의 회수기간이 길고 리스크가 많은 반면에 투자자금이 많이 소요됨에 따라 중장기적 글로벌 정세 흐름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필요한데, 로열더치쉘은 시나리오 경영기법을 통해 오일쇼크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며 세계 최대의 석유기업으로 성장했던 것이다.

통념과 고정관념이 어떻게 우리의 세계관을 왜곡하고 있는지는 프랑스의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 소장인 파스칼 보니파스의 저서 ‘세계의 진실을 가리는 50가지 고정관념’에서도 잘 묘사되고 있다. 저자는 “테러는 주요한 위협이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불량국가가 존재한다” 등과 같이 우리를 쉽게 유혹할 수 있는 고정관념들을 소개하며 기득권 중심의 세계관, 이분법적 사고, 고착화 된 통념과 편견을 넘어설 것을 조언한다.

물론 진실과 통념의 경계는 모호하다. 니체가 주장했듯 현상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만 있을 뿐, 진실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진실의 존재여부를 떠나 라캉의 말처럼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우리는 타인의 주관적인, 혹은 고의적인 해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인간의 방어적 심리 본능은 주류에서 벗어난 다른 관점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견제한다. 그러나, 그 편리한 시각은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특히나 국가의 안보나 경제가 관련된 것인 경우 편향된 시각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역사적 제도주의에 따르면, 변화는 결정적 분기점(critical juncture)에서의 우발성에 의해 일어난다. 탈레브는 저서 ‘블랙스완’에서 세상의 큰 변화는 극단적이고 예외적인 검은 백조의 출현으로 발생한다고 주장했고, 피케티 교수 역시 ‘21세기 자본’에서 극단적인 쇼크로 인한 제도적 변화가 평등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결정적인 분기점에서 나타나는 우발성이든, 검은백조든, 극단적인 쇼크이든, 우리가 예측하지 못했던 요인에 의해 국제사회의 질서와 국가 간 역학구조에 큰 변화가 오는 것이다. 물론 탈레브가 주장하듯 우리는 블랙스완을 예측할 순 없다. 그러나, 최소한 통념에 대한 지속적인 도전을 통해 장기전망(장기적 관점이 아닌 long view)을 구축하고 여러 가지 가능성의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일본의 우경화가 가속되고, 미중 간 패권 경쟁 심화, 북핵 위협 고조 등으로 동북아 정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이런 폭풍 속에서 우리는 객관적인 관점을 가지고 상황을 관찰·분석하고 있는지, 예측불가능성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국가의 위기관리와 출구전략 마련, 신성장동력 구축은 모두 사회적 통념과 고정관념을 직시해 그 본질을 분석하고 내 것으로 고쳐 입는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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