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프로 목을 둘둘 감은 27세 청년 압둘 카림은 연극이 시작하기를 기다리며 발을 구르고 있었다. 바닥은 진흙투성이였다. 수단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던 그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찰스 디킨스, 빅토르 위고의 작품들을 아랍어로 읽은 적이 있다. “‘즐거움’을 느끼려고 왔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압둘은 말했다.
3일(현지시간) 프랑스와 영국 사이에 있는 항구도시 칼레의 난민수용소. ‘정글’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햄릿’이 무대에 올랐다. 영국 글로브시어터 단원들은 지저분한 수용소 안에 만들어진 임시 무대에서 연극 대사들을 읊었다.
300여명의 중동,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은 추위에 떨면서도 공연을 감상했다. 이들에게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직접 공연으로 보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극단 측은 대본을 아랍어와 페르시아어로 번역해 팝콘과 함께 나눠줬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한 난민은 “정말 좋다”고 연신 말했다. 그는 “이 연극이 이곳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있다”며 감격했다. 압둘은 이곳에서 지난 지 7개월이 됐다.
공연을 기획한 연출자 조 머피는 “햄릿은 혼란과 의심 속에서 생과 사를 넘나들며 혼자서 결정을 내려야하는 주인공”이라며 “난민 수용소에 있는 젊은이들의 상황과 비슷하다. 수많은 청소년들도 가족을 잃은 채 혼자 수용소에 와 있고 이들도 부친이 살해당한 햄릿과 비슷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극은 ‘글로브 투 글로브’ 순회공연의 일환으로 상영됐다. 순회공연은 셰익스피어 탄생 450년을 맞아 2014년 시작됐으며 요르단, 지부티, 카메룬의 난민 캠프를 비롯해 150국가에서 이뤄졌다. 예술감독 도미니크 드롬굴은 “난민 위기는 소통을 필요로 한다”면서 “극단으로서 할 수 있는 이것뿐이다. 이번 공연은 난민과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경이로운 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공연은 8일 몰타에서 리비아 난민들을 위해 열린다. 오는 4월까지 최대한 많은 곳에서 공연하는 것이 사업단의 목표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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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에서 무대에 오른 셰익스피어의 ‘햄릿’…난민들 추위에 떨면서도 희망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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