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후드 행세’ 콜롬비아 마약조직 두목 사살

콜롬비아 반군 조직의 잔당을 이끌고 의적 행세를 하면서 마약 밀매를 해온 인물이 군경 합동 작전팀에 사살됐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군경이 지난 1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와 접경한 카타툼보 지역에 대한 공습과 지상 공격을 가해 코카인 밀매 조직의 두목 빅토르 나바로(39)가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2일 밝혔다.

나바로는 1991년 와해한 반군 조직 인민해방군(EPL)의 잔당을 이끌고 산악지대로 숨어들어 다른 범죄 조직과 연계해 코카인 밀매와 살인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나바로는 코카인 재배지역인 카타툼보의 야산에서 제왕 노릇을 하면서 인근 학교에 학용품을 나눠주거나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직접 음식을 가져다주는가 하면 성탄절 선물을 배달하는 등 의적 행세를 해왔다. 나바로에 매수된 지역 경찰 등 관리들은 그를 감싸기도 했다.

군은 2006년 나바로를 체포하기 위해 매복 작전을 감행했다가 그가 심어둔 첩자 때문에 17명이 희생된 후 이번 작전에 1년간에 걸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바로는 콜롬비아 전체 코카인 생산량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카타툼보의 코카인을 베네수엘라를 거쳐 미국과 유럽 등지로 밀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당국은 나바로가 플로리다 주에 코카인을 밀반입한 혐의로 2011년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최근 콜롬비아 정부는 최대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내전 종식을 위한 평화협정을 내년 3월까지 체결하기로 합의하고 FARC도 마약 밀매 퇴치에 이미 동의했으나 이에 반기를 든 일부 잔당이 나바로처럼 숨어들어 마약조직화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