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북부의 요충도시 쿤두즈를 기습 공격해 장악했다. 2001년 미국의 공습으로 정권을 빼앗긴 탈레반이 무력으로 주요도시를 장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7월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와 평화협상을 시작하면서 수십년간 이어진 아프간 내전이 종식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도 일었지만 아프간은 결국 또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탈레반은 28일 새벽 수백명의 병사를 동원해 수도 카불에서 북쪽으로 250㎞ 떨어진 쿤두즈의 경찰서와 교도소 등을 목표로 공격을 개시해 12시간 만에 도시를 장악했다. 아프간에서 6번째로 큰 도시인 쿤두즈는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한 요충지다.
탈레반은 시내 광장에 걸린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 등의 사진을 모두 찢고 탈레반 깃발을 내걸었으며, 교도소에 있던 탈레반 병사 140명 등 600여명의 수감자들을 석방했다. 탈레반의 새 지도자인 물라 아크타르 만수르는 성명을 통해 “쿤두즈 시민은 생명과 재산의 보호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완전한 안전 속에서 일상을 유지하라”고 말했다.
쿤두즈 함락으로 그동안 탈레반과의 평화협상을 추진해온 아프간 정부는 물론 아프간에서의 전투 임무를 마치고 철군을 준비 중이던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오바마 행정부는 공화당의 반대 속에서도 13년간의 아프간 전쟁의 종전을 선포한 뒤 2017년 초까지 미군의 완전 철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프간에 주둔하는 미군 주둔군 규모도 9800명 수준으로 줄이고 미군과 나토군의 임무도 아프간 정부군 지원 역할로 전환했다. 그러나 전투력이 월등한 미군이 직접 교전에 나서지 않고 전투력이 뒤떨어지는 아프간 정부군 지원에 치중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있어왔다.
당장 쿤두즈가 함락되자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공화당)은 “지난 2011년 이라크에서 미군이 철수할 때와 다름이 없다”며 오바마 행정부를 비난했다. 전투력이 우세한 미군이 빠지는 공백기를 틈타 노련한 반군이 허수아비 정부군을 격파해나가는 상황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맥 손베리 하원 군사위원장(공화당)도 “성급한 철군 때문에 미국이 오랫동안 싸워서 패배시킨 바로 그 테러범들의 수중에 우방과 그들의 영토가 쉽게 떨어질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아프간 정부군과 미군이 탈환 작전에 돌입하면서 30일 현재 쿤두즈 일대에는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군은 F-16 전투기를 동원해 공습을 벌이고 있지만 탈레반이 주민들 속에 침투해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어 표적 식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쿤두즈 주변 지형지물에 익숙한 탈레반이 길목마다 매복 작전을 벌이고 있어 정부군과 미군이 쿤두즈를 탈환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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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탈레반, 깊어지는 오바마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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