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이슬람의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발생한 대형 참사로 ‘이슬람 종주국’을 자처해 온 사우디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올해 초 취임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 체제가 잇따른 내우외환으로 미처 자리를 잡기도 전에 흔들리는 모양새다.
24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연이은 악재가 살만 왕권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메카 인근 미나에서 성지순례(하지) 도중 발생한 압사사고는 719명이 숨지고 863명이 다쳐 최근 25년 이래 발생한 최악의 하지 인명사고로 남게 됐다. 불과 13일 전에 발생한 메카 크레인 붕괴 참사에서 보듯 대형 인명피해가 끊이지 않던 터라 각국의 비난이 거세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사우디 당국의 실수와 부적절한 대응이 재앙을 낳았다”면서 “참사의 책임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반드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이번 사고로 자국민 41명이 숨지고 60명 이상이 부상했다. 수니파 사우디로선 중동의 맹주 자리를 겨뤄온 시아파 이란에게 제대로 책을 잡힌 격이라 더 뼈아프다.
해마다 전세계에서 수백만에 달하는 이슬람 순례객이 몰리는 하지를 주관해 온 사우디지만 안전 불감증으로 대형 참사가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비난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탐사보도 매체 트루스디그(Truthdig) 등은 이번 미나 참사만 해도 1990년에도 같은 장소에서 142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었기에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고 지적했다. 18명의 자국민이 실종됐다고 밝힌 터키도 “중대한 운영상의 문제”를 지적하며 사우디 당국의 관리 소홀을 비판했다.
지난 여름 이후 기록적인 저유가 행진이 계속돼 석유사업으로 국가 재정을 유지하는 사우디는 극심한 재정부담에 직면해 있다. 산유국 리더로서의 지위를 시험받는 국면에서 살만 국왕이 즉위 2개월 만에 안팎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예멘 내전에 개입한 이유도 외치를 통한 리더십 확충의 측면이 컸다. 하지만 어느 하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가운데 또 하나의 악재인 인명참사가 겹치면서 살만 왕권을 휘청이게 하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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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참사에 저유가·예멘내전까지…사우디 ‘첩첩산중’, 살망 왕권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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