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북한 지뢰 도발에 대북 메시지 고심…대일메시지는 아베 담화 이후

광복 70주년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내놓을 대북·대일 메시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사건으로 남북관계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다 14일로 예정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어 박 대통령의 메시지가 더욱 주목되는 상황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지뢰도발이라는 중대 변수가 발생한데다 아베담화의 내용을 봐서 광복절 메시지의 수위를 정해야 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고민이 깊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대북 메시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뢰도발 사건이 공식 발표된 지난 10일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정부의 대응을 국방부과 군 당국으로 일원화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11일 청와대는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사죄와 책임자 처벌을 강력촉구했고, 박 대통령도 영국 외교장관을 만나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압박을 지속하는 한편 대화재개 노력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12일에는 독립유공자 및 유족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면서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동시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고 평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대응수위를 높였다.

여기에는 그동안 박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통한 실질적인 통일준비, 남북한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교류협력 등을 강조해왔지만, 북한이 오히려 도발로 맞대응하는 상황에 대한 고민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북한이 지난 4일 지뢰 도발을 했으나, 통일부는 5일 고위당국자간 남북대화를 제안하는 서신을 북한에 전달하려 했고, 청와대는 지난 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부의 늑장·부실 대응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은 8.15 대북 메시지에서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응해나가겠다는 입장을 우선 밝힐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북한과의 대화 노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을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참모는 "박 대통령이 북한도발을 강력히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먼저 표명하면서 대화노력도 계속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고, 다른 참모는 "도발대응과 대화노력의 메시지가 6대4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대일 메시지의 경우 14일 아베 담화를 지켜본 뒤 그 수위를 조정할 것이라고 청와대 참모들은 전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일본 정부가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확실하게 계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수차례 제시한 바 있어 이를 토대로 아베담화를 평가하고 이를 대일 메시지에 반영할 것이라는게 참모들의 전언이다.

따라서, 과거사 해결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해 나가자는 대일 외교의 기조에는 변함이 없는 만큼 아베 담화에 대한 박 대통령의 평가가 대일메시지 관전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북·대일 메시지 모두에서 기존 정책의 틀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제안은 없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전언이다. 남북관계나 한일관계의 불투명성과 유동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일관된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게 오히려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남북관계나 한일관계에서 분위기가 좋아진 게 있다면 이른바 '통큰 제안'도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모두가 불확실하고 어중간한 상황"이라며 "획기적 제안보다 관계개선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표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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