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축구계를 관장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1904년 창립 이후 111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미국 사법당국이 FIFA를 향해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들었다. 5선 연임을 노리는 제프 블래터(79) 회장은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고, FIFA는 ‘부패의 온상’이라는 오명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미국 “이제 시작”, 추가 기소자 더 나올 듯=로레타 린치 미국 법무장관은 28일(한국시간)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된 FIFA 간부 14명에 대한 기소 방침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자신들만의 이익을 꾀하고 자신들만의 지갑을 부풀렸다”며 “국제축구계를 타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제축구계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소속된 단체에서 지위를 이용해 스포츠마케팅 회사들에 대해 축구대회 광고권 등을 대가로 뇌물을 요구했다”며 “여러 차례, 매년, 대회 때마다 그렇게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미 법무부가 공개한 FIFA 뇌물 의혹 관련자 공소장에는 2010 남아공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이뤄진 돈거래 상황이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다. 남아공월드컵 유치위원회는 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해 당시 FIFA 집행위원이었던 잭 워너 전 FIFA 부회장에게 1000만 달러(110억4800만원)를 주겠다고 제의했다. 그러자 워너 전 부회장은 자금 전달책인 제3자에게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장에서 유치위 고위 관계자로부터 1만 달러의 지폐묶음들로 채워진 서류가방을 받아올 것을 지시했다.
미 법무부는 수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제 수사의 시작”이라며 “FIFA 관계자와 남아공월드컵 유치위 관계자 등 총 25명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들 중 추가 기소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천문학적 수입 FIFA, 1인 장기지배체제와 조직 폐쇄성이 비리 원인=FIFA에 부패가 만연하게 된 것은 축구가 세계 최고의 인기스포츠로 자리 잡으면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 오가기 때문이다. FIFA는 지난해 브라질월드컵에서 TV 중계권과 각종 마케팅권 판매로 57억 달러(6조300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현금 보유고도 15억 달러(1조65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FIFA는 스위스 취리히에 비영리 단체로 등록돼 있어 세금 한 푼 내지 않으면서 사실상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FIFA는 블래터 회장의 확고한 1인 지배체제에 놓여 있다. 1998년 취임한 블래터 회장은 17년간 조직을 장악해왔다. 폐쇄성이 비리를 확산시킨 셈이다.
블래터 회장은 부랴부랴 “비리를 뽑기 위해 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사태 수습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FIFA 내에서도 비리를 없애고, 신뢰를 회복하고, 전 세계 축구계가 범법 행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스스로 ‘부패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는 있는 만큼 때 이번 사태가 쉽게 정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뇌물 사건에도 연임 가능성은 높아=FIFA는 블래터 회장이 수사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29일로 예정된 4년 임기의 회장선거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이번 수사를 계기로 블래터 회장의 지지기반이 동요하면서 도전자 알리 빈 알 후세인(40) 요르단 왕자가 반사이득을 볼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다른 대륙에서의 블래터 회장에 대한 지지는 견고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이날 “이번 사건은 유감이다. AFC는 축구계에서 벌어지는 어떤 형태의 비리도 반대한다”면서도 “2014년 AFC 총회에서 결정한 블래터 회장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수사와 관련해 미국과 러시아간 외교 분쟁 조짐이 일고 있는 것도 블래터 회장에게는 호재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미국은 자국 영토 바깥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심판자 노릇을 당장 멈추고 국제법 절차를 따르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들이 뇌물 수수를 미국에서 논의했고, 미국 은행을 통해 돈을 주고받았다”며 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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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온상” FIFA, 창립 111년만에 최대 위기…그래도 블래터는 연임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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