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여야 모처럼 한목소리, 최저임금 인상 요구

같은 사안을 놓고 다른 말을 하는 여야가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는 현안이 있다. 바로 최저임금 인상 부분이다.

기업들의 부담과 일자리 축소 우려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에 부정적이었던 여권이 최저임금 인상을 들고 나오면서 오는 6월 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역대 최고의 인상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경기침체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올리면 기업경영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반대하는 상황이다.

과거 최저임금을 둘러싼 대립구조는 인상을 요구하는 ‘야당·노동계’ 대(對) 인상에 소극적인 ‘여권·재계’의 구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야 정치권·노동계’ 대 ‘재계’로 대립구도가 전환되면서 재계가 고립되는 양상이다.

◇내수 활성화와 총선 의식…여야와 정부, 큰 틀에서 이견 없어=최저임금 인상 요구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인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였다. 최 부총리는 지난 4일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반색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번 기회에 당정은 물론이고 여야 간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가능한 합의를 도출하고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권은 조만간 당정협의를 통해 올해 최저임금 인상 폭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치연합은 문재인 대표가 지난 2012년 5월 발의한 최저임금법안을 사실상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기준으로 시급을 7000~8000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2·8전당대회에서는 이인영 의원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주장하기도 했다.

정치권과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적극적인 이유는 유효 수요를 창출해 내수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가가 하락하고 경기가 침체하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내년도 총선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도 설득력 있다.

문 대표는 10일 최저임금 인상 문제와 관련해 여·야·정 회동을 제안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 정하는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큰 의견차가 있다기보다는 절차상 이견 때문에 문 대표의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곤혹스런 재계, “임금인상하면 일자리 확충 어려워”=올해 한국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으로 전년보다 7.1%(370원) 오른 5580원이다. 8시간을 기준으로 월급으로는 116만6천220원, 연봉으로는 1399만4640원이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세계경제협력기구(OECD) 25개 회원국 중 14위로 중위권 수준이다.

재계는 최저임금 인상 요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재계는 임금 인상이 곧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또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근로자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일자리를 찾는 청년층에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강변하는 상태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을 원하는 정치권이 재계를 어떻게 설득할지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하윤해 엄기영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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